비움의 미학 제발 좀 버리자

사는 맛 레시피(유효한 맛)

by 달삣

저녁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난데 지갑을 잃어버렸어. 마을버스 환승해야 하는데 어쩌지? 거기 카드랑 신분증이랑 다 있는데" 하며 남편이 전화를 했다.


순간 나까지 당황스러워졌다.


끓이던 찌개 가스불을 끄고 지갑을 들고 맨발로 패딩을 입으려다가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택시 타고 오지 그래"했더니 "퇴근 시간이라 택시가 없네"하는 것이다. 순간 짜증이 일어났다. 할 수 없이 남편이 환승하는 정류장으로 갔다.


벌써 두 번째다. 어제도 지갑을 마을버스에 떨어뜨려 종점 가서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편은 제저녁에도 퇴근길에 지갑을 잃어버려 마을버스를 인디아나 존스처럼 추적해 지갑을 찾은걸 장황하게 설명했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가 한마디 했었다.

"이 잠바가 오래돼서 호주머니 입구도 헤벌레 해졌고 원래도 얕은 호주머니였구먼 이제 이 옷 버리자"랬다.


"아직 쓸만해 장모님이 사주신 건데 의미도 있고 버리긴 아깝지" 뭔가 불안감이 밀려왔다.

남편은 버리는 걸 싫어한다. 무척 알뜰한 편이서 남편이 물건을 버리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인지 오늘 또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속이 부글거렸다.


속은 부글거렸지만 역지사지로 겨울 추운 도로 위에 떨고 있는 남편이 얼마나 답할까 싶어 한겨울에 양말도 안 신고 총알처럼 뛰쳐나갔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지갑 잃어버리면 모든 걸 다 잃은 거라고 없나? 없음 말고지만 인생의 여행길에 지갑의 의미는 크다. 지갑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날따라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불었는데 다행히 남편은 현금지급기 은행 박스 안에서 카드를 분실 신고하고 있었다.


남편은 "왔어 양말이나 신고 오지 "하며 계면쩍게 웃는다.'부글부글'


남편과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먼저 실 물 신고 한 버스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네? 지갑이 거기 있다고요? 네 찾으러 갈게요"하며 그 저녁에 또 지갑을 찾으러 갔다.

남편은 지갑을 찾으며

"이럴 줄 알면 카드 분실신고를 괜히 했네" 하는 것이다. 또 내속은 부글거렸다.


옷 버리라고 한걸 듣지 않고 고집부리다

' 이 밤중에 뭔 고생이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인연이 끊어지면 버려야 한다. 인간관계도 물건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 한번 깨진 관계는 붙이기 어렵다. 제발 좀 버으면 좋겠다.


디자인의 기본은 버리고 추리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치우고 버리면 좋은 일이 생긴다. 려야 빈 공간이 생겨 새것이 생길게 아닌가!


그제야 남편은 지갑 찾아오면서 "이 옷 벗어 당장 재활용 통에 버리고 갈까?" 하며 옷을 벗으려는 걸 말렸다.


집까지 가다가 날씨가 쌀쌀한데 '겨울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 통 옆의 전봇대 가로등 불빛이 깔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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