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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란 Apr 05. 2021

비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큐 추천

비건 지향 생활을 시작하면서 보게 된 다큐들이 있다. 가장 충격적이고 도움이 많이 된 다큐는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 2018)> 다. 흔히들 운동을 하려면 단백질 섭취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육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허구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채식을 하는 올림픽 선수, 무술인, 유명인(아널드 슈워츠네이거) 등이 나와 자신들의 경험을 말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장한다.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꾼 후, 더 체력이 강해졌다고. 결국 육식에 대한 신화는 기업들이 만들어낸 부산물인 것이다.


만약 인간의 몸이 육식에 적합하다면, 신체 조건이 육식동물과 흡사하게 진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내장이나 시력 등은 채식 동물과 가깝다. 그리고 육식을 많이 할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일단 식단을 채식으로 하면 굳이 탄수화물을 줄일 필요가 없다.


세계 농경지의 4분의 3 정도가 가축 생산으로 쓰인다. 고기, 유제품, 달걀, 생선 생산에 세계 농경지의 83%를 차지한다. 이 제품을 섭취하면서 제공받는 열량은 전체 열량의 18%에 불과하다. 동물은 생산하는 단백질량보다 6배의 단백질량을 섭취한다.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스템인가. 인간이 동물을 통하지 않고 바로 채식을 하면서 단백질을 섭취하면 되는 것을....


"모든 단백질은 풀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채식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필수 아미노산 9종이다. 흔히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필수 아미노산 9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에서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동물성 단백질은 헴 철과 같은 염증성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에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들어있다. 이는 혈액 공급과 신체 기능도 최적화한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항산화제가 64배나 많다. 학교, 식품업계 종사자들, 운동선수들에게 이 다큐를 꼭 보여주고 싶다. 채식하는 운동선수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가장 감동받았던 다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인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2020)>이다. 2020년 오스카상 후보로 올랐다. 이번 달 26일 시상식이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봐야겠다.

다큐 감독 제임스 리드(James Reed)는 어렸을 때 바다에서 자랐다. 성인이 돼서 다큐 작가가 되었지만 20년 넘게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번아웃이 된다. 쉬고 싶어서 다시 고향인 남아공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자신이 사랑했던 바다를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들어가다 보니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그에게 친구가 다가온다. 바로 문어.

서양에서는 문어를 외계인, 괴물로 불린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문어의 수명은 3~5년이라고 한다. 연체동물이고(원래 껍질이 있었음), 지능이 엄청 높아 사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문어 다리에 있는 촉수에 뇌의 3분의 2가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문어는 유희를 즐길 줄도 안다. 호기심도 많다. 처음 제임스를 만났을 때 경계하던 문어가 보름 정도 지나니 오히려 호기심을 갖고 다가왔다. 제임스를 만지고 안기기까지 했다.


문어와 교감을 하면서 제임스는 점점 삶의 활력과 동기가 생기게 된다. 문어에 대한 논문들도 찾아보고, 문어의 흔적을 연구한다. 바닷속은 커다란 뇌와 같아서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신의 친구 문어를 돕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생태계를 교란시킬까봐 하지 못한다. 문어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가 공격할 때도 제임스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문어의 놀라운 지능과 전략을 보게 된다. 조개로 온몸을 감싸면서 상어에게 방어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상어의 등 위에 올라탄다.  상어가 닿을 수 없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숨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어의 수명은 고작 5년. 결국 문어는 교배를 하고 새끼를 밴다. 이렇게 새끼를 낳으면 문어는 자연스럽게 죽는다. 문어의 마지막을 영상으로 담은 제임스. 친구가 죽는 장면을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문어가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꾸는 것도 처음 알았고,

물고기와 놀이도 하고

인간과 교감도 하고,

미역 속으로 들어가 천적을 피한다.

문어는 정말 놀라운 생명이다.


나도 한때 해양생물학자가 꿈이었는데.....만약 내가 바닷가에서 살았다면 분명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다. 지금은 바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활동에 관심 갖고 기부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구온난화로 우리 지구는 죽어가고 있고, 특히 바다 생명은 미세 플라스틱과 해양 온도로 화석화되고 있는데 인간은 그저 모른척한다.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면 인간이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무해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는  <부패의 맛(Rotten)>이다. 식량은 글로벌화되었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대규모 농업/축산업 생산 실태를 파헤친다. 시즌 1에서는 꿀, 땅콩, 마늘, 우유, 양계, 대구, 시즌 2에서는 아보카도, 포도, 물, 설탕, 초콜릿, 대마초를 다룬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시즌 2의 아보카도 편이었다. 보통 아보카도를 생각하면 미국을 떠오르지만 다큐에서는 멕시코를 주목한다. 멕시코는 아보카도를 기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Hass"라는 품종을 365일 수확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기후 때문에 일정한 시즌에만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이 체결되자, 가장 이득을 본 멕시코 산업이 바로 아보카도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기 때문에, 멕시코 카르텔들이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지역의 납치와 강도가 심해져 지역 정부에서는 '강탈및납치부서(Extortion and Kidnapping Dept)'까지 신설했다. 나아가 삼림 파괴의 주범이다. 아보카도를 심기 위해 삼림 파괴도 늘어난다.


칠레에서도 아보카도를 심지만 물 부족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아보카도는 물을 먹는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보카도 열매 한 개를 키우는데 320L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성인 160명이 하루에 마실 수 있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렇듯 아보카도가 왜 심각한 환경파괴,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는지 심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고 나면, 아보카도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이 외에도 <카우스피러시><잡식가족의 딜레마><칼보다 포크><도미니언>등 좋은 다큐들이 많다. 이런 다큐를 보면 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비건, 채식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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