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플렉스웍 <프리를 꿈꾸는 마케터 프리클럽>
프리랜서 마케터가 된지 3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나름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는 분들의 고민상담을 해 드리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소재로 소모임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무모하게 시작한 프리랜서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지를 받아 시작하게 된 것이다.
4회차인 강의 내용을 몇 개로 나누어 브런치에 정리할 예정이며, 프리랜서를 고민하거나 어떻게 프리랜서를 준비하면 좋을지 궁금한 마케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생각은 첫 회사를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평생 같은 회사를 다니며 정년까지 채우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과를 내는 데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노력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 승진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다닐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은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게 자의이든, 타의이든 말이다.
사람들은 일이나 사람이 힘들어서, 아니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다. 아니면 정년에 도달해 회사를 '졸업'하거나 회사가 어려워져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 생활을 그만둔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한 이직은 필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를 네 번 옮겼다.
6~7년차쯤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정도 쉰 적이 있다. 당시에는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좀 더 쌓아갈 생각만 했었는데, 어떤 프리랜서 에이전시로부터 프리랜서 활동 제안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생각이 크지 않아 프리랜서는 이직이 잘 되지 않았을 때의 플랜 B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직장 동료들과 술을 한 잔 하기로 했고, 이력서를 수정할 겸 미리 근처에 있었는데 우연히 전 직장의 옆 팀 팀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반갑게 안부를 나누던 중에 프리랜서 제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팀장님은 이렇게 조언을 주셨다.
직장 생활을 10년 채워본 다음에 프리랜서를 해 보는 건 어때요?
마케터로서 경험을 더 쌓아 가치를 올리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거였다. 당시에는 프리랜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없었고,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도 지금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매우 와닿았다. 그래서 프리랜서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고, 이직 준비에 집중했다.
이후 두 번의 이직을 하게 되었고, 가장 불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은 다음 가장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았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네 번째 회사에서는 마케터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실행했으며, 팀 리딩까지 하면서 '좀 오래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스타트업 빙하기를 나는 이때 겪게 되었다. 팀은 공중분해되고, 나는 회사에 남을 수 있었지만 니 대신 팀원 중 두 명이 남도록 하고 퇴사를 선택했다.
이렇게 한 건 다른 곳으로 충분히 이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이직한다고 해서 커리어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퇴사했던 다른 팀원들도 정말 다행히 좋은 곳에서 자리를 잘 잡고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턴부터 시작했다가 함께 퇴사한 팀원이, 아예 대기업으로 취직했다고 소주 한 잔을 샀는데 그 소주가 굉장히 달았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런 일들을 겪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는데, 내 안에 있는 에너지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일은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갑자기 다시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날 바로 퇴사를 통보하고 짐을 싸서 나왔다.
프리랜서를 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이른바 스페셜리스트가 유리해 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수요는 크다. 그런데 나는 스페셜리스트는 아니고 제너럴리스트다. 이것저것 주어진 일을 하고,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은 다 찾아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마케터 분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되돌리기는 너무 늦기도 했고,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이 생기면서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해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을 만든 분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
제너럴리스트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내게 기회가 되는 말이 있다.
이런 업무도 하신 적 있나요?
특정 프로젝트(주로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하다가, 클라이언트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일정 기간 누군가를 대신해야 하거나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마케팅 업무가 생겼을 때 이런 질문을 받는다. 대부분 경험했던 일이라 무리 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어, 내 업무 범위가 자연스레 넓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드워커가 꼭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드워커라고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고, 쉬거나 놀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많이, 더 잘 하고 싶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죽을 때까지 일을 놓지 않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다닐 때 가장 일이 많은, 소위 '빡센 업무'를 하는 팀에 많이 배정되었고, 그래서 항상 일이 많았다. 결국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또는 자기계발에 필요한 일들을 하기 위해 주말에도 남는 시간에 노트북을 켜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주말에 약속이 있거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 가야 할 때는 한두 시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일하는 것을 본 후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주말에도 일할거면 아예 프리랜서를 해서 돈을 더 버는 건 어떠세요?
프리랜서를 한다고 반드시 돈을 더 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이런 좋은 방법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하곤 한다.
MBTI를 딱히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화를 하기 위한 주제로는 썩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MBTI가 유명하지 않았던, 대학에 다닐 당시 심리학을 복수전공할 때와 첫 회사 신입사원 연수에서 이미 MBTI를 접해 '라떼' 해 보았던 썰을 풀 거리도 많다.
어쨌든 10년이 훨씬 넘은 그 때나 지금이나 일관된 결과가 나오니, 나는 어느 정도 일관된 사람이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이런 이미지를 공유해 주었다.
내 MBTI가 자영업을 하는 비중이 다른 MBTI에 비해 높으니 내가 이런 이미지를 받았을 것이다. 앞에서 프리랜서를 하게 된 여러 이유들에 대해 늘어놨는데,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하는 된건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이미지였다.
프리랜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나 보았다. 요약하자면 어차피 그만두게 될 회사, 조금 더 빨리 나와서 열심히 프리랜서로 살아보자 정도가 된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프리랜서를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