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괴감

제너럴리스트 프리랜서 마케터의 넋두리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 제너럴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것은 때로는 많은 설득이 필요하다.


얼마 전 아내가 내게 "아이가 나중에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마디로 말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했다.


아빠가 누구나 알 만한 회사를 다닌다면 아이는 그 회사 이름을 말할 것이고, 업무가 명확하게 정의되는 직군에 있다면 그 직군을 말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면 아빠의 일은 한 마디로 정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글을 썼다가 다른 날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나가고, 광고도 돌리다가...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는 프리랜서 콘텐츠 마케터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보여지는 게 중요한 지금의 사회에서, 아이가 최소한 기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건 아내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아이가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건 나에게도 똑같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는 아내와 한 판 했다. 아내는 나와 커리어 패스의 정 반대에 있다. 내가 여러 번의 이직을 거쳐 프리랜서를 하고 있는데, 아내는 같은 직장에서만 계속 다니고 있다는 것만 봐도 명확하게 다르다. 그만큼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내는 내가 '처자식'이 있는 만큼 아내와 아이에게도 맞춰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최대한 맞추고 있다고 하니 의견이 좁혀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괴감이 들었다. 고객을 분석하고 설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가깝고 중요한 사람을 설득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설득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 보아야 할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에서 최대한 성과를 내는 게 내 일이기도 하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리랜서 마케터 이야기 1. 프리랜서 마케터가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