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리랜서 마케터 이야기 2. 이렇게 시작하지 마세요

from. 플렉스웍 <프리를 꿈꾸는 마케터 프리클럽>


3무(無)의 시작

무계획, 무대책, 무논의


지금은 프리랜서로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는 3무(無)로 시작했다.


- 무계획: 일단 회사는 그만두고 쉬면서 시작해보자라는 생각

- 무대책: 회사를 그만두고 그제서야 통장 잔고를 확인

- 무논의: 당시 여자친구(현 아내)에게 당일 통보



무계획


이전부터 프리랜서가 내 마음 속의 선택지에 있었던 건 맞다. 그런데 계획적이었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다. 프리랜서를 시작하기 전 번아웃을 겪었고, 일단 회사는 그만두고 푹 쉬면서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걸 알게 된 지인이 바로 일을 소개해 줘, 일주일도 쉬지 못하고 '계획에 없었던' 일을 시작했다.



무대책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를 한다고 했을 때, 사실은 내 통장에 몇 개월 치의 생활비가 남아있는지 몰랐다. 술 마시는 거 외에는 딱히 쓰는 돈도 없고, 취미활동도 하지 않아 한동안은 먹고살 수는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통장을 보니 다행히 6개월 이상은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있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바로 프리랜서로 일을 다시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통장 잔고도 확인하지 않고 덜컥 회사를 그만둔 것은 굉장히 위험했다고 생각한다.



무논의


무계획과 무대책, 무논의 중 가장 심각했던 게 무논의였다. 당시 여자친구, 그러니까 현재 아내에게 상의 없이 퇴사 당일에 퇴사 사실과 프리랜서 시작을 알려버리고 만 것이다.


실제로 많이 놀랐다고 한다..


최근 진행했던 '프리를 꿈꾸는 마케터 프리클럽'에서 예전에 내가 저질렀던 무논의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아내는 이런 카톡을 나한테 보냈다. 아내는 한 회사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고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그러니까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의 갑작스러운 프리랜서 시작이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잠시동안의 방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등짝 스매싱을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프리랜서 생횔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생활은 유지될 것이다. 대신 아내가 이직을 하던, 휴직을 하던, 아예 그만두던 나는 아내의 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프리랜서를 하면서 생겼던 일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방향을 바꾼 것도 큰 일이지만. 프리랜서를 한 다음부터 인생에 큰 변화들이 있었다.


먼저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프리랜서가 된 후부터는 정말 정신 없이 살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를 준비하려는 마케터들께 드리고 싶은 부탁

제발 계획적으로 준비하세요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하고 대책 없이 프리랜서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모르니까 무모하고, 무식하니까 용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는 분을 만나면 '계획적으로 하라'고 부탁하고, 내가 얼마나 무모하게 시작했는지를 알려드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때의 무계획, 무대책, 무논의에서 무를 떼고, 계획, 대책, 논의를 강조한다.


- 계획: 회사를 다니면서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준비

- 대책: 경제적 대책을 마련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

- 논의: 주변 사람들을 미리 설득


그리고 프리랜서가 회사에 다니는 것과 비교해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알려드리는데, 마침 이 내용에 대해 강의할 기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퇴사 전

프리랜서에 필요한 마인드 기르기: 평정심 + Money

이력서/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업무 마인드 기르기: 시간 관리, 퀄리티 컨트롤


퇴사 후

포트폴리오 정리

프리랜서 플랫폼 가입

수익 파이프라인 설정 및 재정 준비

사업자등록증 개설

대안적인 업무 형태 고려


지금부터 이 내용들을 자세히 알아보자.



프리랜서를 시작하기 전 해야 할 것들

계획 + 대책 + 논의


계획 세우기


프리랜서가 되는 순간 회사에서 나를 '관리'해 주는 상사나 사수가 없어지고, 나를 '지원'해 주는 HR이나 경영지원/관리, 총무팀도 없어진다. 맨땅에 헤딩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가 프리랜서로 어떤 포지션을 가져가고, 6개월이나 1년, 3년, 5년 뒤에 어떤 프리랜서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계획대로 모두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지도와 나침반 없이 항해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대책 세우기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를 한다고 해도, 당장에 생활할 비용이 없다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 된다.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생활비는 필수이며, 최소한 퇴사를 하는 시기에 바로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을 잡아야 한다.


퇴사 후 프리랜서를 준비하면서 휴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휴식의 계획을 잡더라도 생활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과 반드시 상의하기


계획과 대책보다 먼저 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가족과의 상의다. 특히 결혼을 했다면 반드시 배우자와 먼저 상의하는 게 맞다. 자녀가 있다면 더 그렇다.


프리랜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 역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의 상의를 통해 최소한 가족은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 보니, 모르니까 용감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로 돌아가면 잘 준비해서 우당탕탕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와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돕는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