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아이엠마더 강력한 최초 경험 전략
2023년 11월,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입에 댄 분유는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였다. 그리고 이유식을 먹게 된 시기까지 쭉 같은 분유를 먹였다.
이 분유를 먹인 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내와 내가 아기를 낳기전에 미리 꼼꼼히 비교해서 고른 브랜드도 아니었다. 그저 아내가 출산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공통으로 제공한 분유가 아이엠마더였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사실 아내는 남양유업 제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진 않았다. 몇 년 전 여러 논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남양유업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다수의 직원들이나 대리점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이 브랜드를 찾을까라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엠마더 분유를 먹이면서도, 가능하다면 다른 브랜드의 분유를 선택하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아기가 먹는 분유이고, 좋은 제품이 먼저겠지만 좋은 브랜드 역시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출산 직후부터 먹였던 신생아의 분유 루틴을 갑자기 바꾸는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먹인 분유가 우연히도 같았고, 이를 바꾸자니 아이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혹시나 탈이 날까봐 불안하고, 모유수유도 함께 하면서 정신이 없다 보니 원래 먹이던 아이엠마더를 계속 먹이게 된 것이다.
사실 아이엠마더 분유의 제품력이 별로였다면 어떻게든 분유를 바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맘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찾아보아도, "제품은 좋죠 당연히..."라는 반응들이 많았고, 많은 엄마아빠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분유를 바꾸지 못하고 계속 먹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리하면
제품력은 좋지만 다른 브랜드로 바꾸고 싶어도 이미 아기가 잘 먹고, 혹시라도 바꾸면 탈이 날까봐 걱정되서 그냥 먹인다.
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 분유를 먹이는 곳인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분유를 납품해, 계속 그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은 정말 강력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특정한 제품을 인지하고 그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는 것과, 실제 소비하는 제품은 달라질 수 있다. 분유 같은 유아동 제품은 그 이유는 의사결정에 '아기'가 최우선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무리 특정 브랜드의 분유를 선호하거나 싫어하고 있다고 해도, 아기가 이미 처음에 다른 브랜드의 분유를 처음 먹게 되면 부모의 결정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나 같은 초보 부모 입장에서, '아기가 잘 먹고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계속 그 분유를 먹이는 안정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브랜드 이미지야 어찌 됐든, 제품력 자체는 괜찮고, 병원이나 전문가가 선택했으며, 아기가 잘 먹으면 그냥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건 마케터인 내가 보기에, 굉장히 인상 깊은 지점이었다. 분유 카테고리에서 제품의 품질이 전제된다면, 브랜드 이미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초 경험이 어떻게 설계되었는가가 구매 자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체감했다.
솔직히 말해, 많은 사람들이 남양유업이라는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들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식품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래서 다수의 회사 구성원이나 회사와 연결된 수많은 대리점 같은 곳들은 잘못이 없고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기가 태어나고 좋은 품질의 여러 분유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로서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좋지 않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기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아기를 낳고 키우는 입장이 되다 보니, 아기의 관점에서 선택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가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모성과 부성을 절대 이길 수는 없다.
남양유업은 이러한 지점을 잘 파고들어, 제품을 사용하는 첫 순간에 자신들의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어쩌면 브랜드로 승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절박했던 다수의 구성원들이 짜낸 전략과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임신이나 출산, 육아용품 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이러한 시장에서 기업과 브랜드,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는지 유심히 보게 되었다.
육아 관련 시장은 단순히 감성적인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해 보일 수 있지만, 제품력이나 사용자 경험 설계도 구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초기 사용이나 유입이 브랜드와 제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아이엠마더는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만난 분유였고, 나에게는 소비자와 마케터의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된 제품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