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좋은 팀장이었을까

내 커리어 중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

지난 주 몇 년 전 마케팅 팀장으로 회사를 다녔을 때 팀원이었던, 동료분의 청첩장을 받기 위해 오랜만에 그 당시 팀 멤버들이 모였다.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던 저녁 약속이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 한 편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다. 당시 우리 팀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내가 있었던 조직이 정리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함께 갈 수는 없었고, 나 역시 그 사태를 처리한 후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퇴사했다. (물론 이직 형태였다)


그 당시 한편으로는 최대한 많은 팀원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으며, 남지 못하는 분들은 실업급여와 같은 단기적인 대책이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들을 팀원분들이 좋게 봐 주었는지,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다행히 함께 일했던 시기를 다들 좋게 기억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과 동시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때가 좋았다 하더라도 나는 좋은 팀장이었을까. 좋은 사람이 되었을 수는 있었어도 좋은 팀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은 그 사람의 과정을 보는 것이겠지만, 좋은 팀장의 기준은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조직이 유지되지 못했던 팀을 리드한 사람은 죄인이라 생각했고, 팀이 정리된 건 어쨌든 그 팀을 이끈 사람의 책임이 크다. 집에 가면서 그런 생각을 하니 많이 괴로웠다.


하지만 최근 읽고 있는 책을 보며, 이러한 고통도 결국에는 극복하고 벗어나야 한다는 걸 느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간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다가 잠 못 이루는 밤이 얼마나 많아지는가. 지난날 추억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스쳐 지나간다. (...) 고통스러워서 잊으려 했던 비참한 기억도, 너무나 소중해서 마음속 깊이 숨겨 둔 추억도 되살아나 현재의 삶을 붙잡는다. 그러다 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잊을 수 없는 수많은 기억의 무덤 속에 갇힌 나를 발견하곤 한다.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는 삶은 모든 것의 기준이 과거가 된다. 몸은 현재를 살면서도 마음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아니면 좋지 않은 기억이든 거기에 구속되고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

- <마흔에 읽는 니체> 中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면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