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립공원을 여행하면서 자연경관보다 더 보고 싶었던 건, 어쩌다 마주치게 된다는 곰 등의 야생동물이었다. 여행 끝나고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앨버타 주에 있는 밴프 국립공원을 찾은 첫날인 7월 1일은 캐나다 건국 기념일이었다. 덕분에 공원은 무료로 입장 했지만 도처에 사람과 차량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니 곰도 ‘미련 곰탱이’ 같은 놈이 아니고서야 사람들 앞에 나타날 리 만무다.
이틀 후 밴프에서 좀 더 북쪽으로 올라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가니 연휴도 끝나면서 사람들도 굉장히 뜸해졌다. 게다가 비도 흩뿌려 재스퍼 안의 말린 호수를 갔다 오는데 오가는 차량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니 풍광도 시원찮아 아내는 조수석에서 조는데, 도로 한복판에서 흑곰이 태연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내를 급히 깨웠는데 아내는 길에 큰 항아리가 엎어져있는지 알았다고 한다.
곰만큼 고독하게 각자 따로 살아가는 동물도 없다고 한다. 수컷의 경우 짝짓기 하는 한 달 기간 정도, 암컷은 새끼들을 기르는 2년 정도를 빼면 생애 대부분을 독거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하늘 아래 외따로 의연히 걸어가는 곰을 목격한 셈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차를 멈출 생각도 못하고 조심조심 지나쳐 가느라고 사진조차 못 찍었다. 다시 차를 돌릴 생각도 했는데, 조금을 더 가니 차량들 여러 대가 멈춰 서있었다. 이번에는 숲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아까보다는 작은 흑곰이었다.
우리는 차창을 조금만 열어놓고 사진을 찍는데, 어떤 모녀는 겁도 없이 차 밖으로 나와 곰에 가까이 접근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딱 10분도 안 되면 어디선가 파크 레인저(국립공원 감시원)들이 귀신같이 나타나 차 밖으로 나온 관광객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건 무스사슴 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스는 곰보다는 자주 나타나는데, 그때도 늘 레인저 차량이 나타나 사람들 보고 차 안에 있으라고 지시한다. 엄청난 무게의 무스가 놀라서 사람과 충돌하면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이란다.
나는 여행서 돌아와 캐나다 여행이 좋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동영상으로 촬영한 곰을 죄 보내줬다. 그런데 아들애는 우리가 놀러간 기간 중 우연히도 캐나다에서 곰이 사람을 습격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외신 기사를 보여줬다.
피해자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에 거주하는 공원 감시원이었다. 그 감시원은 이른 아침 집 앞 뜰에서 뭔 물체의 움직임이 있어 나가보니 새끼 곰 세 마리가 체리나무에 있더란다. 캐나다에서 실컷 먹었던 그 체리 나무! 근데 그 중 한 마리가 나무에서 쿵 떨어지는 순간, 그 옆에 있던 어미 곰이 감시원을 쳐다보더란다.
어미 곰은 새끼들과 같이 있기에 아주 민감한 상태였으리라! 감시원이 아뿔싸 사태가 심상찮음을 깨닫고 자기 집 쪽으로 도망치는 순간, 어미가 달려와 덮쳤는데 마치 두 명의 미식축구 선수가 태클을 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넘어지는 순간 감시원의 머리통은 이미 곰 입속으로 들어가 물어뜯기고 있었다. 곰이 잠시 감시원에게 몸을 뗀 순간 곰의 면상에 발길질도 해댔지만 곰은 마치 복싱 선수같이 날렵하게 피하더란다. 감시원은 복부도 뜯기고 다리도 물려 차 쪽으로 도망쳤는데 이번엔 차를 덮쳤다. 그는 몸이 피로 물들인 채 간신히 운전대를 잡고 인근 병원으로 갔다가 밴쿠버 쪽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살아났다고 한다.
당국서는 이 곰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했는데, 감시원도 자신이 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했음을 시인했다고 한다. 비록 감시원은 죽다 살아났지만 이러한 곰 가족이 돌아다니는 캐나다의 자연이 부러웠다. 수십 년 전 대학 시절 지리산을 가면, 곰을 주의해 셋 이상 등반하라는 경고판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곰들이 서식하려면 일단 원시림이 있는, 즉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 조금치라도 복원돼야 한다는데 최근에서야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늘기 시작한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