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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Jan 09. 2021

Ep.10 가족의 힘

생각지도 못한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받은 충격과 놀라움도 상당하였다. 평소에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큰 아들이, 사위가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를 받았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파장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슬퍼하는 것은 잠시일 뿐, 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나를 응원하고 도와주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매일마다 암세포를 억제하고 혈액순환에 좋은 음식들에 대한 정보를 구해 직접 오셔서 식사를 만들어주신다. 부모님이 해주신 삼시 세끼를 매일 얻어먹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장인어른, 장모님께서도 날마다 연락하셔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장인어른 댁에 찾아뵈었는데, 장모님이 보시자마자 직접 얼굴을 보니 이제야 안도감이 든다고 하시면서 격려와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장모님도 우리 부부가 결혼할 당시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중이었다. 그러나 장모님은 항암치료 와중에 머리카락과 눈썹이 빠지는데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각종 모임에 참석하시고 일상생활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패턴으로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지내셨다.


결국 장모님은 항암치료를 성공리에 마쳤고 지금은 암세포 없는 정상인의 몸으로 지내신다. 직접 항암치료를 겪은 장모님께서 경험담을 들려주시니 마음이 한층 안정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장모님 사촌 분께서도 폐암 말기에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으셨지만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극복하셨다고 한다. 요즘은 당시보다 더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기도도 열심히 하겠다고 장모님께서 응원해주셨다.


또한 내 소식을 듣고 형님네 가족도 많은 걱정을 해주셨다. 더군다나 형수님의 아버지께서 몇 년 전에 암 진단을 받았는데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다고 한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형님 댁에 찾아갔는데 몸에 좋은 야채와 산나물들이 듬뿍 들어간 닭백숙을 해주셨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을 먹다 보니 기력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암세포가 높은 체온에서는 활동성이 줄어드는 만큼 온열 세포도 효과에 좋다고 하면서 형수님께서 형수님 아버지가 사용하시는 다기능 알 방석을 추천해주셨다. 이후 주문해서 사용하는데 바닥에 대고 누워 있으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몸이 후끈거리면서 땀이 쏟아져내린다. 


어릴 적에는 자주 보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보는 횟수도 뜸해지고 좀처럼 연락하고 지내기가 쉽지 않은 친척분들께서도 소식을 듣고 치료에 보태라고 돈을 보내주시거나 몸에 좋은 음식들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되어 빨리 회복되어 꼭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보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 내 곁에 있는 와이프는 최근 들어 내가 멍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늘다 보니 그럴 때마다 "본인은 환자 아니야."라고 하면서 기운 내도록 북돋워준다. 와이프가 옆에서 그렇게 일깨워주지 않으면 나는 계속 멍하니 있으면서 쓸데없는 잡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렸을 것이다. 저절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와이프와 자연스레 대화하는 시간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같이 집에서 한 잔 하자고 같이 앉아도 먹는데 정신 팔리고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다가 나중에는 혼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와이프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들에 대한 소홀함은 자녀들한테도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아빠가 집에 있다고 어떻게 해서든 말을 붙이고 함께 놀아줬으면 하는 신호를 보내도 나는 피곤함을 핑계로 대충대충 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내 몸속에 자리한 암은 비단 내 몸뿐만 아니라 그동안 내가 소홀히 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헤아리고 살펴볼 것을 요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쌓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내 주변에 소중한 가족들에게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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