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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Jan 21. 2021

Ep.15 항암치료 이후 습관 정리

내 몸을 리빌딩하는 시간

스포츠를 즐겨보는 편인데, 스포츠 기사를 보면 '리빌딩 (Rebuilding)'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통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이 팀 구성원 및 운영 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하지만 무조건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갈아엎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에 잘 운영돼 오던 시스템이나 잘하던 구성원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구성원 및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갈아엎으면 전부 개선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여 리빌딩을 안 하느니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항암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로 나는 머릿속으로 이번 기회에 내 몸을 새롭게 리빌딩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친구가 해줬던 조언대로 그동안 내가 지녀온 습관들 중 안 좋았던 것들만 추려서 정반대로 해본다는 것이 기본 방향성이었다.


식사습관, 생활습관 등 내가 지녀왔던 것들 중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습관들만 나열해 보았다.


1. 불규칙적인 식사

2. 야채가 거의 들어있지 않은 육류 위주의 식사

3. 술만 먹으면 폭식

4. 새벽에 늦게 잠드는 습관

5. 흡연

6. 군것질 - 당이 떨어진다는 핑계로 과자, 초콜릿 등을 아무 생각 없이 섭취

7. 빵과 튀김류에 대한 무한 사랑

8. 불규칙적인 운동 - 한창 다이어트할 때에는 늘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는데 프로젝트하는 동안 매일 새벽에 퇴근하다 보니 아침에 눈뜨기에 급급해졌다.


내 몸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만한 습관들 위주로 정리하고 좀 더 규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루틴들을 수립하였다.



1. 매끼 식사를 촬영하고 기록에 남기기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작하기 전에 미리 세팅한 식단을 촬영한다. 기록도 남기려고 했는데 아직 기록까지 남기지는 못하고 사진만 계속 저장해 두고 있다.


내가 매끼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을 남기고 식단을 바꾼 이후에 내 몸이 어떻게 변경되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추적하기 위함이다.



2. 빵과 튀김과의 작별


하루 세 끼 빵, 튀김만 먹어도 지낼 수 있다고 자신할 만큼 나의 빵과 튀김에 대한 선호는 끝이 없었다. 하지만 내 몸에 있는 암세포들에게 당분류를 아낌없이 공급해주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어서 나의 입에서 빵과 튀김에 대해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신에 군것질이 생각나면 빵과 튀김 대신 견과류, 고구마, 과일 등으로 메우고 있다.



3. 운동 그리고 앱을 통한 기록 정리


운동은 암 예방 및 암 환자 치료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암 치료와 관련된 책에서도 햇빛을 쏘이면서 하는 운동은 체내 활성화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혈액순환 및 암세포 비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알려준다.


원래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난해 코로나 확산 이후 헬스장들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헬스장에 가는 일상이 막혔고, 이를 대체할만한 운동 습관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식습관이 바뀐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 기록적으로 체중이 증가하였다.


이제 운동은 생존을 위해 필수로 챙겨야 하는 습관이 되었다. 매일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사이로 나가서 걷는다. 가끔 산에 갈 때도 있고 주로 집 주변 산책로나 한강 공원을 찾아가서 걷는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앱이 있다.


나이키에서 제공하는 앱인데 원래는 러닝 거리 측정용으로 나온 앱이지만 당연히 걷는 거리 측정도 가능하다. 매일, 매월 내가 얼마나 어느 정도 속도로 걸었는지 기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늘 밖에 운동을 나갈 때마다 이 앱을 켜놓는다. 매일 기록이 적립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4. 습관이 바뀐 시간 기록


대표적으로 변화된 습관은 식단 변경과 금주, 금연이다. 사실 담배는 프로젝트가 다 마무리되면 다시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멀리하게 되었다. 술은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꾸준히 마시고 있었을 텐데 역시나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식단은 암 치료 및 극복 사례 등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종합해보니 골고루 먹되, 가공식품은 피하고 제철에 나오는 신선식품 위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메시지였다. 그래서 앞으로도 'No 가공, Only 신선'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이 변경된 식단으로 인해 부모님과 와이프가 챙겨주느라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큰 보답은 빨리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다.


내가 습관을 바꾼 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앱이 있어 설치하였다. 아직 습관을 바꾼 지 100일이 지난 지 않았다. 습관을 바꾼 지 100일 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내 몸의 리빌딩이 일과성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변화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적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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