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이 아니었어, 그냥 나였어.

by mll

나는 대단한 아비투스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누가 봐도 ‘아우라’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들 눈에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만큼은 항상 있다.


그 마음이 가끔은 나를 숨 막히게 하기도 한다.

“이거 다 허세 아니야?” , “괜히 아는 척하는 거 아냐?”

나 스스로조차 그렇게 의심할 때면 마음 한켠이 불안해진다.

생각만 많고 행동은 못 하면서, 또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 하니까.


사실 나는 십 년째 같은 고민만 반복하고 있다.

‘나만 제자리인 건 아닐까?’

진짜 세상에서 십 년째 같은 고민만 하는 사람,

아마 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꼭 부끄러운 걸까?

그 마음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나는 그 열망 때문에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예쁘게 살아보려 애쓰고, 아파도 괜찮은 척, 지쳐도 웃는 척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게 허영이었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까지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마음을 ‘허영’으로만 몰아세우지 않으려 한다.

그건 어쩌면 ‘나답게 살고 싶은 열망’의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살아보려 한다.


그 열망을, 나를 때리는 데 말고 나를 살리는 데 쓸 수는 없을까?


나는 있어 보이고 싶다.

그래서 이제, 정말 ‘있는 나’가 되기로 했다.


내가 나를 살려야,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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