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은 시간
아이를 재우다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깬 후 잠들지 못 하고 있다.
윙윙 돌아가는 공기청정기 소리가 어두운 방 안을 채우고 작고 포근한 아기의 숨소리가 박자를 맞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불현듯 두려움이 오는 날이 있다.
이 아이가 내 곁을 떠나는 사고를 당하게 되면
세상의 비극이 나에게 온다면
내가 이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끝에 내몰린 짐승처럼 가쁜 숨만 쉬며 허공에 시선을 둔 채 자식을 찾아 헤매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아이의 이마에 머리칼에 뽀뽀를 하며 깊은 숨을 쉬어 아이의 냄새를 기억한다.
이 순간을 평생 기억 할 수 있겠지 하다가도 그러지 못 할 것을 알기에 기록한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의 숨소리, 살 냄새, 뒤척이는 소리, 보드라운 볼, 작은 손, 쌔근쌔근 날 숨을 쉬는 입
혹여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날들이 왔을 때 이 글을 보며 오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끄집어 내주길 바란다.
잠이 쉬이 오지 않는 밤
타탁타탁 하는 기계소리가 나를 일렁이게 하는 시간
어디에든 글을 남겨 기록하고 싶었다.
문장으로 써 낼 수 없을 만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억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도 사랑 대신 걱정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