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나를 채워줘서.
어쩌다 당신은 나의 글을 읽고 있나요?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브런치를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글일까요?
가끔은 내가 남겨둔 글을 누군가는 읽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고 궁금한 날이 있었다.
나처럼 흔적에 예민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듯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자취는 남겨두지 않지만
분명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때로는 나는 그 흔적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나를 위한 기록과 흔적으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만큼 나는 내 글을 통해 타인의 위로를 받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당신의 마음속에서 공감받고 동감해주길 작은 바람과 함께.
결혼을 해서도 삶은 꾸준히 외롭고 쓸쓸하다.
연애를 할 때는 불안한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해서도 외로운 마음이 불현듯 느껴질 때
아,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구나. 하고 반항없이 수긍해야만 했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가진 특출난 능력은 하나도 없어서 그나마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수단이 글 뿐이다.
아이를 재우다 든 생각이었다.
내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는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밝지 않은 조명을 방 이곳저곳에 켜두고 좋아하는 샤르도네 한 병을 마시며 글을 적고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외로운 밤일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사랑받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상상하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글을 통해 나의 삶을 위로 하고 있었네.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사람이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국어 선생님이신데 나는 그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었다.
같은 여자 임에도 마치 짝사랑하듯 그 선생님을 좋아하고 동경했었다.
그 선생님을 스무살쯤 까지 종종 만났었는데 그 분은 내게 늘 글쓰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았고 그럴 생각도 별로 없었는데, 나이를 먹고 서른이 가까워질 쯤 선생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글 쓰는 사람
얼마나 따뜻한 단어인지.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말이 나의 삶의 방향을 가리켜줬다.
나는 엄마이지만
나는 아내이지만
글을 쓰며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
내가 아무 의미없이 써내간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오늘도 스쳐가듯 나의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