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오 Apr 21. 2019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늘도 사랑한다.

서머타임이 시작된 3월의 마지막 일요일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니 주말이 시작되면서 해가 나왔다. 겨울 내내 그리워하던 존재.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뿌리들이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새싹을 내보내 태양의 기운을 모두 흡수해 땅에게 전달한다. 봄의 종이라는 이름의 식물이 꽃이 피우기 시작하면 이곳의 바람결도 빛의 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로야.

우리는 3월을 막 보내고 빛과 꽃의 계절에 들어섰단다.

서머타임이 시작하고 잠시 맑은 날이 오긴 했지만 4월의 독일은 지나간 겨울보다 더 잔인한 시기란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긴 겨울의 터널을 용감하게 지나온 것 같아 엄마는 뿌듯한 미소를 지울 수가 없어.

요즘 부쩍 말과 행동이 자라나는 너는 딱 봄의 모습과 닮아 있단다. 너를 보며 엄마의 삶도 너의 삶도 얼마나 신비하고 소중한지 느끼게 됐어.

신기하게도, 매일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인데 네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담긴단다.

너의 오늘은 어제와 다른 말을 건네고, 밥을 먹을 때는 입속에 밥을 넣어두곤 "어딨지?" 하는 장난도 잘해.

고집이 더욱더 세지긴 했지만 네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해주면 곧잘 우리의 말을 들어주기도 한단다.

여전히 엄마는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네가 납득하고 수긍하는 것들이 많아진 걸 볼 때마다 

너를 더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단다.

엄마는 너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네가 함께 하는 이 시간,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그동안 허투루 보낸 엄마의 인생이 얼마나 어리석었나 모르겠구나.

가끔은 네가 없었던 그 시간들이 생각이 나지만 이제는 결코 그 시간들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봄이 없던 엄마의 삶을 너와 너의 아빠가 만들어 줬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너에게 고맙구나.


너와 함께 보내는 오늘도 즐거웠어.

내일 또 보자.

사랑한다. 나의 이로




작가의 이전글 같은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