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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r 15. 2021

05. 그때의 나는 없다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던 풍경과 사람들

너, 달라졌다!


떠날 때가 되니 갑자기 좋은 일들만 생겨났다. 떠나는 길에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일까? 섭섭한 마음으로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가족들과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에 있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있었던 노르망디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또 막상 돌아오니 이번에는 한국의 풍경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그 순간에는 내가 정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는데 익숙하기는커녕 외국인 것처럼 생경하게 보이다니 말이다.


시차 적응을 할 새도 없이 입국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하러 다녔다. 귀국하기 전부터 구해 놓았던 자리였다. 생활을 하려거든 휴식은 나에게 사치였다. 힘이 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러 다녔다. 그래도 1년 만에 돌아왔으니 한동안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돌아온 나를 보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느낌이 달라졌다고 했다. 여전히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 있었던 시간 동안, 그곳의 분위기와 정서가 내 안에 스며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타지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어 내면서 내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깊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한마디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나 할까. 고작 1년 살아본 것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하기에는 그것보다 훨씬 오래 나가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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