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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r 20. 2021

10. 사당

모이고 흩어지는 의식이 있는 곳

남성은 다음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동네였다. 오직 두 다리에 의지하여 버스와 지하철을 열심히 타고 걸어 다니는 뚜벅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다리가 되어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다.


회사와 가까워서 출퇴근이 쉬우면서도, 적당히 살만한 상태를 갖추고 있으며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이 감당할 수 있을만한 합리적인 주거비용이 드는 집을 찾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약간의 타협은 필요했다.


처음 방문 했던 남성역 일대의 지역 사당동은, 전형적인 주거지의 모습이었다. 강남과도 아주 가까우면서 그런 복잡함에서는 한발짝 물러나있는 동네였다. 바로 다음 정거장인 이수보다 훨씬 조용하고 아랫동네인 관악보다는 조금 더 깔끔해보이기도 했다.


뭐라고 할까 그동안 변변치 못한 형편에 온갖 형태의 집을 경험하고 살아 보았던 나에게 그 동네는 정말 사람 사는 곳 같았다.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겠지만, 그저 형편이 되는대로 지냈던 나는 처음으로 좋은 주거 환경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룸메이트와 함께 한동안 사당동에서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나는 비로소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혼자의 힘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그전에 살던 집보다는 조금은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집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아침 마을 버스를 타고 5분에서 10분 정도 걸려 낙성대역으로 내려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회사로 향하거나, 버스를 타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면 7호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환승하여 회사로 가고는 했었다.


사당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유래가 궁금했다. 이 이름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아 붙여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 옛날 제사를 지내던 큰 사당이 있었던 마을이라 하여 사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이곳은 오늘날 서울 교통의 중심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진다. 


어쩌면 과거에는 수많은 제사와 기원이 있었을 곳이 지금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치는 교차로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어딘가 향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진다. 그 모습이 때로는 현대사회의 의식 같아 보였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했던 두 여자는 생각했다. 매일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며 회사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기원이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사당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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