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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01. 2021

22. 방랑(2)

언덕 아랫동네와 윗동네

두 번째로 올라가 본 길은 처음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았다. 길의 폭이 조금 더 넓고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주택들의 상태도 조금 더 좋았다. 구경하면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갑자기 큰 대로가 하나 나왔다.


그곳에는 언덕 아래에 있는 집들과는 달리 창문이 아주 큼직하고 시원하게 나있는 고급주택들이 있었다. 심지어 건물 지하에 커다란 차고도 하나씩 있었다. 그 길을 하나 놓고 동네가 나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고급 주택 사이에 위치한 미용실, 빛바랜 간판과 레트로 한 스티커 글씨가 인상적이다

그 와중에 홀로 타임슬립을 한 듯한 미용실 하나가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이 동네는 과연 뭘까? 나는 길이 나있는 방향대로 따라서 걸어갔다. 윗동네에는 대사관들이 몇 개 있었고 아마도 대사관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살 것 같은 고급 주택들이 많았다.


그런 집들이 나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집은 언젠가 저런 곳에 살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갖게 한다. 걷다 보니 뜬금없이 동이 하나 두 개 있는 작은 아파트 단지가 하나 나왔다. 걸어오면서 먼저 본 것들이 아주 낡은 주택이다 보니 그 아파트가 아주 좋아 보였다. 약간 언덕 위에 있어서 그런가 더 돋보였다.


그 아파트는 꽤 예전에 지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그 위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았다. 나는 딱 이 정도의 집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도 몇몇 보였다. 그렇게 시끄러운 일이 없는 주거지 느낌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별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아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군인 아파트여서 일반인에게 허락된 곳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그 아파트를 지나쳐 쭉 걸었다. 이번에는 완만하게 내려가는 경사가 이어졌다. 길 위에는 모르는 내가 보아도 참 비쌀 것 같은 건물과 대저택, 그리고 UN부지 투자전문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부동산 사무실들을 보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또 아주 큰 아파트 단지를 하나 더 보게 되었다. 길이 끝나고 차도가 나오는 지점에서 스타벅스 카페가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꽤 많이 걸었으니 잠시 앉아서 쉬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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