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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23. 2021

40. 김치와는 어색한 사이

어제에 이어서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지만 전형적인 한국인의 식성을 가지고 있진 않은 것 같다. 타지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 하여 독립하기 전까지는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시는 음식을 먹고 자라 났지만 제멋대로 해도 되는 순간부터는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기 시작 했던 것 같다. 


나는 한국인이라면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이나 찌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국을 먹더라도 국물만 조금 마시고 항상 끝까지 다 먹은 적이 없다. 


나는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 김치도 나를 위한 음식은 아니다. 아기 때 어머니가 김치를 먹여보려고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나에게 김치는 너무 매웠나보다. 매워서 먹지도 못했고 입가에 알레르기도 생겼다고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나에게 억지로 김치를 먹이려고 하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친하지 않았으니 한참 자라고 난 뒤에도 영 어색했다. 하지만 함께 곁들여서 만들어진 음식은 그나마 좋아하는 편이였는데 두부 김치나, 김치 볶음밥이 그러하다. 딱 그런 음식에 쓰이는 묵은지나 볶은 배추김치 외에 다른 종류의 김치에는 손대지 않았다. 아직도 생김치와는 데면데면한 사이다. 


뜨거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한다. 방금 막 나온 펄펄 끓는 찌개나 탕을,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잘 먹고, 심지어 빠르기까지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으로서는 부족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해외에 나가서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라면이 먹고 싶고, 맵고 얼큰한 음식이 그립고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일부러 한인식당을 찾아 가고들 하던데 나는 그런 것도 일절 없었다. 


학교 다닐 때 동기들과 술 한 잔을 하면 술집에서 짜글이 찌개 같은 것을 먹던 버릇 때문에 술을 마시면 가끔 그런 라면 국물 같은 맛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잊혀져 버렸고 1년 동안 살면서도 특별히 한국음식이 그리웠던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여럿이 함께 먹어야 하는 한국음식보다는, 혼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들의 음식이 더 좋았다. 덜 자극적이고 간단하게 조리해서 본래 사용한 재료의 맛을 더 즐길 수 있는 그들의 음식이 나와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먹다가 한국에 돌아오니까 이곳 음식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알고보면 내 몸 속에는 서양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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