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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28. 2021

43. 꾸미다

돌아갈때 기대되는 공간을위해서

집에 오는 게 즐거워야 되는데,
별로 기대되지 않지 않아? 


사당동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지낼 때였다. 룸메이트와 나는 둘 다 그저 회사에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틈이 나면 공부를 하거나 각자의 할 일에 바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주말에 대충 집안일을 해치우기에 바빴으니 당연히 투자하거나 가꾸지도 못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무심코 보내다가 내가 지내는 공간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되는대로 살다 보니 별로 즐겁지가 않더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때 우리 둘은 이야기했다. 집에 오는 게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집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다.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이 있음에도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기분 전환 등의 이유로 다른 공간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은, 이 공간에는 생활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반복해야 하는 집안일과 같은 지루하고 따분한 것들 말이다. 


'어차피 또 이사해야 되는데 뭐하러 꾸며' 


나는 여태까지 짧게는 세 달에 한 번씩, 길게는 1년에 한 번씩은 집을 옮겨 다니고는 했다. 또 어차피 내 집도 아니고, 남의 집이니 손을 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을 대충 해놓고 살아왔더라. 


언제든지 금방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게 되면 무언가를 갖추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취향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지내는 일이 조금 즐거우려면 가꾸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다음에 이사 가게 되거든 새로운 집에서 조금 사람답게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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