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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27. 2021

42. 한강을 지날 때면

1일 2한강

출퇴근을 버스로 하게 되면서 나는 아침저녁으로 버스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침 햇살을 받는 한강을 바라보며 회사로 향했고, 저녁에 또다시 노을 지는 하늘과 한강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어쩌다가 일이 생겨 반차라도 내는 날이면 한낮의 풍경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일찍 돌아간다는 사실에 특히 더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나의 기분만큼 풍경도 화사했다. 


나는 이런 변화를 좋아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일은 지하철에 비하면 확실히 불편하다. 교통체증 때문에 항상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별 수 없이 도로 위에 갇혀 있어야 하고, 그 날 그 날 상황에 따라서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10분, 20분 늦어지기도 한다. 언제나 몇 번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환승역에서 바로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는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가끔 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내가 타야 하는 버스를 눈 앞에서 놓치기도 하거나 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별 것 아닌데 이렇게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사람이 무척 감성적이게 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면서 나는 매일 하늘을 한 번씩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강을 지나갈 때마다 매일매일 시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하늘빛과 그 빛에 따라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부서지는 물결을 바라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풍경들에서 근대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려낸 그림들을 떠올렸다. 아마도 프랑스에서 너무 많은 그림들을 보고 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빛에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감과 순간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냈던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이런 감상들이었을까. 인상주의 화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여름날 르아브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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