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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y 01. 2021

46. 이 테이블이 너무 예뻐

인간들은 언제나 완벽한 내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나무의자가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지


이왕 홈카페를 차리기로 했으니 제대로 하기로 했다. 카페라면 당연히 테이블이 하나 있을 것.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큰 마음을 먹고 원목 테이블을 하나 들였다. 이 테이블이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집 안에 들인 최초의 가구라 할 수 있겠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다가 고른 것은 짙은 갈색 빛깔의 고목나무 테이블이었다. 젊은 사람이 무슨 취향이 그렇게 고리타분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클래식함과 무게감이 좋았다. 또 원목이라는 소재가 주는 따뜻함이 좋았다.


테이블이 있다면 당연히 의자가 있어야지 하고 어울리는 의자를 찾아보았는데 그때 나는 원목 의자가 그렇게 비싼 줄은 처음 알았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의자는 곡선 모양의 등받이를 가진 나무 의자였는데 가격이 테이블보다 더 비쌌다.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클래식한 모양의 나무 의자를 골랐다.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곤란할 때는 집 안에 어떤 물건이 망가져서 사람을 불러야 하거나 이렇게 반드시 집에서 받아야 하는 물건이 있을 때인 것 같다. 주문을 하면서도 배송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내가 구매한 곳에서는 주말에 배송 기사님을 보내주셔서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받아볼 수 있었다.


테이블이 있으니 분위기가 확 살았다. 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생활감에 공간이 무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방구석의 일부분이라도 하얀 린넨천으로 만들어진 테이블보를 깔고 예쁜 그림을 걸어놓고 나니 제법 카페 같기도 하여 기분이 좋았다. 매일 새로운 분위기로 가꾸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다.


매달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서 나만의 홈카페 차리기는 몇 달에 걸쳐서 더디게 진행되었지만, 그동안은 최저가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손품을 팔았더라면 이번만큼은 물론 가격을 아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가격보다도 나의 취향을 찾기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나를 스스로 대접하고자 살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물건을 보고 고르는 방법을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그릇이나 잔도 눈에 들어왔고 나의 공간을 보다 더 잘 꾸미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올랐다.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카페에 가거나 식당이나 그 외에 다른 공간을 방문할 때면 그 공간의 주인이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는지, 가져다 놓은 테이블의 재질이나 소품, 그리고 식당이면 어떤 식기를 사용했는지까지 살펴보는 재미가 생겼다. 어쩌다가 공간의 주인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분위기를 선물하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면 나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동안은 마음에 드는 공간을 보게 되면 마음 속에 열심히 담았다. 나중에 더 좋은 여건과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꼭 저렇게 꾸며야지 하고. '저 벽이 너무 예쁘다. 저 문이 너무 예쁘다. 저 조명이 너무 예쁘다'와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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