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by 안효원

어머니 생신 기념 회를 뜨기 위해 횟집에 갔다. 저녁 시간, 넓은 가게에 일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물고기는 펄떡펄떡 뛰는데, 직원들의 모습에는 힘이 없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었을 테니. 식당을 나오며, 아들에게 말했다. “인사해야지!”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순간, 환호와 함께 사람들 얼굴에 웃음꽃 피었다. 짜릿했다.

터키 때 경험이 떠올랐다. 남부 지중해의 안탈리아에서 일행과 헤어져 혼자 주택가 식당에 갔다. ‘여기 너 같은 놈 처음’이란 눈빛이 강하게 감쌌다. 여행지가 아니라 음식값이 싸고,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기분이 좋아 주방장과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모든 손님이 다가와 사진을 찍었다. 가게를 나오며 한 말, “테쉐큐르 에데림(고맙습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낯선 땅 어두운 골목을 걷는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내가 누구라고, 말 한마디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를 이렇게 신나게 만들까? 10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번의 사소한 경험을 통해 선한 말의 힘을 느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 일상조차 무너져버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 한 마디 아닐까? 사회적 거리 너머의 그대를 응원하며 건네는, ‘고맙습니다.’


11시가 다 돼 잠든 딸 덕분에, KBS 시사 프로 <더 라이브>를 유튜브로 봤다. 마지막 초대손님으로 가수 이한철이 나왔다. 그는 최근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자 노래 ‘슈퍼스타(함께부르기)’를 17명의 동료 가수와 함께 재녹음, 발표했다. 수익금 전액을 사랑의 열매를 통해 기부한다 했다.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노래가 잇기를 바란다 했다.


슈퍼스타 MC 최욱이 물었다. ‘지금 최고의 슈퍼스타가 누구라 생각합니까?’ 이한철은 ‘긴 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 조부모님들입니다!’라 답했다. 지금, 나 말하는 거임? 순간, ‘눈물이 난다’ ‘고맙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나는 한밤중에 글을 쓰고 싶어질 정도로 힘이 났다. 의료진과 관계자들,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슈퍼스타’를 반복해 들으며 글을 쓰는데, 잠이 쉽게 올 거 같지 않다. 내일 아침 논에 가야 하는데. “괜찮아, 잘 될 거야~”


이때와 지금은 외모, 마음, 생각 모두 변했는데, 이날의 환호성은 생생히 남아있다. 짧은 혀에서 나오는 짧은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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