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기 시작했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풉 웃지요

by 안효원

자전거 타기가 일상이 되었다. 점심 먹고 씽씽, 저녁 먹기 전에 씽씽, 할머니 집 마당을 백 바퀴도 넘게 돈다. 나도 꿀이다. 애들이 제법 잘 타니 신경 쓸 거 없고, 나도 같이 타니 소극적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적당히 자전거를 타고 애들은 할머니 집에 들어가 3종 세트, 유산균, 비타민, 초코바를 먹는다. 시청각 자료를 좋아해, 30분 정도 TV를 본다. 꿀처럼 단 시간이다.


먹을 거 다 먹고, 볼 거 다 보고 마당에 나와 자전거를 타는데, 첫째가 물을 먹겠다며 들어갔다. 한참을 나오지 않았고, 둘째가 사과즙을 먹으러 들어갔다 나와 신고했다. “누나 TV 봐.” 요즘 할머니가 푹 빠져있는 ‘미스터 트롯’을 같이 보고 있었다. 당장 나오라고 했다. 아이의 얼굴이 가을 단풍이다. 자전거도 타지 않고 의자에 앉아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무슨 일이야?


“대한민국은 자유가 있는 나라라면서, 아빠는 왜 TV를 못 보게 하는데?!”


울음 섞인 말에 좌절과 슬픔, 분노가 함께 섞여 있다. 풉! 웃음이 났다. 저 조그만 입에서 자유라니, 잘 키웠구먼.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자유를 억압당한 자의 절규를 쉽게 볼 수는 없으니. 마당을 한참 빙빙 돌고 있는데, 할머니가 나왔다. “왜 울어?” “TV 볼 자유를 주장하고 있어요.” 어머니도 풉! 웃음을 겨우 참으며 “아이를 노엽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잘 좀 해줘라.”


다음 날 밤, 둘째 먼저 씻고 옷 입고, 첫째 할 차례인데, 기운이 뻗친 녀석이 실실 대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틈을 봐서 내게 펀치를 날릴 기세다. 하루 종일 일을 해 귀찮고 피곤해 말했다. “야, 저리 가!” 갑자기 온몸에 힘을 빡 주면서, 소리쳤다. “내가 왜 절로 가야 하는데?!” 이건 또 모임? 웃음을 참지 못해 풉! 했더니, 득달같이 달려와 주먹을 뻗었다. 아, 아프고 웃기다.


이제 여덟 살과 여섯 살, 둘이 힘을 써도 내 몸 하나 끌지 못하는 것들이, 말끝마다 왜? 왜? 왜?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겠지. 앞으론 웃지 않고 대답 잘해야겠다. 질문하기 싫다거나, 멀게 느껴지고 싶지는 않다. 두 개의 ‘왜?’ 중에 첫째 것이 더 신경 쓰였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기 자신에 해를 끼치는 게 훨씬 더 두렵다. 그분도 그렇겠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은 시간 티격태격 싸우지만, 미운정도 쌓이는데, 좋은 시간도 아주 많이 늘어났다. 시련 가운데 얻은 뜻밖의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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