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소리

덕분에 나는 웃는다, 숨을 쉰다.

by 안효원

‘쓸데없는 소리’하면 보통 ‘하지 마라’가 따라온다. ‘쓸모없는 놈’, ‘씨잘데기 없는 짓’으로 발전한다. 가정교육, 교회교육, 정규 교육을 잘 받는 나는 ‘쓸데없는’ 강박이 있었다. 내 모든 시간을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큰 탈은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내 청춘은 이 생각 때문에 빛나지 못했다. 술을 먹어도 인생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해야 했고, ‘노잼’ 낙인이 찍혔다.


지난겨울 베트남 여행을 한 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톡방을 만들어 본격적인 수다 세계에 진입했다. 처음에는 정보 교환, 안부 묻기, 즉 쓸모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베트남에 있는 놈도 있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서로에 대해 마음을 그곳에서 표현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쓸데없는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맥주 얘기, 야구 얘기, 웹툰 얘기….


얼마 전 송도 ‘이책임’이 새끼 호랑이 맥주를 올렸다. 안기자(나)는 맥주에 꽂혔는데, 베트남 김차장은 호랑이의 정체를 알아채고, 웹툰 <호랑이 형님>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펼쳐진 이책임과 김차장의 쿵짝쿵짝 브로맨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소리였지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대화에 동참하기 위해 읽던 책을 다 덮고 무케의 세계에 풍덩, 크앙!


파주 김사장은 지금 사업 확장 중인데, 새로 짓는 건물에 버거킹 오픈을 추진 중이다. 셔터 내리고, 김사장이 해온 햄버거에 이책임이 사 온 맥주를 먹으면, 크앙! 김차장은 내가 개 될 것을 우려하고, 안기자는 새사람이 되었음을 강변하고 있다. 다 쓸데없는 소리. 여기에 요가 옹선생이 가세해 뜬금없는 인생철학을 설파하는데, 수다의 강물에 휩쓸려 그것마저 유쾌하다!


다섯 놈이 모였으니 대화는 술술, 놀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친 나를 웃게 만드는 시간. 딸아이가 앨범을 보다 아빠 고딩 사진을 보고 웃었다. 그 사진을 찍어 톡방에 올렸고, 사진은 씨앗이 되어 수다 꽃 피웠다. 그러다 문득, ‘쓸데없는 소리가 쓸데없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팍팍한 삶에 기운을 불어넣는 바람이다. 덕분에 나는 웃는다, 숨을 쉰다. 그래, 이게 사는 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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