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딩 약속
[깜언 골프 7]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네, 좋아요!”
요새 아내가 장기하에게 빠졌다. 그의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좀 읽더니, 이제야 ‘그건 니 생각이고’, ‘별일 없이 산다’ 등의 노래에 열광한다. 하도 춤사위가 요란해 “좋니?” 물었더니, “좋아, 그러면 안 돼?” 되물었다. 나는 답했다. “아니, 더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문근영 님 이야기 글로 쓰지.”(어젯밤) 그렇게 이번 화는 빛을 보게 되었다. 장기하 님, 땡큐!
문근영 님이 꿈에 나온 건 10월 3일 개천절이다.(역시 등장한 날도 심상치 않다!) 어떤 상황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물었다. “나중에 골프 라운딩 같이 할래요?” 그랬더니 문근영 님은 활짝 웃으며, “네, 좋아요!”라고 답하셨다. 나는 설레는 맘으로 웃었다, 다짐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그분께 “안기자, 나이스 샷!” 소리 한 번 들어보자. 꿈에서도 꿈만 같았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충만한 가을날을 보내고 있는데, 김사장이 사진을 하나 보냈다. 요즘 김사장은 자기 사업만큼 열심히 나의 클럽(골프채)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끔 올리는 스윙 영상 속 연습기를 들고 휘두르는 초라한 사내의 모습에 측은지심이 일어났나 보다. 그가 찾는 이유는 중고로 사려 하는데, 나 있는 곳(포천) 당근마켓에는 올라오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이언 세트에 만 오천 원? 실화냐! 그동안 수많은 매물을 봤는데, 그때마다 주저했던 이유는 클럽에 대해 아는 게 1도 없기 때문, 김차장은 ‘그래도 괜찮은 거 사야 하지 않겠냐?’며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워낙 싼 값이라 안 좋으면 고추 지지대로 써 버리면 그만이니까. 또 언제까지 김사장에게 ‘당근, 당근’ 소리를 듣게 할 것인가!
김사장이 그동안 보내준 물건을 보면 아이언 세트가 3, 4만 원부터 있었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풀세트도 20~35만 원 정도 했다. 한 해 열심히 농사지었는데, 이 정도는 나한테 선물할 수 있지. 잠시 후 전화가 왔다. “거래 완료!” 시간 날 때 파주로 넘어와서 실내 골프연습장(인도어)에서 같이 연습하잔다. 그래, 다음 주에 만나자, 김사장! 다음에 꼭 만나요, 문근영 님!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