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와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보면, ‘독일군=나쁜 놈’이란 말이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폐허로 만들었으니, 욕먹어 마땅하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를린이 함락당하고, 히틀러가 죽기 전 열흘을 다룬 영화 <다운폴>을 보면서, 나쁜 사람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도 있음을, ‘패전국 독일은 나쁘다’는 말에는 아무런 정보가 들어있지 않음을 느꼈다.
<타인의 삶>에서 목격한, 말로만 존재하는 세상이 극대화된 인물이 히틀러다. 조국과 영광, 순수와 희생 등 화려한 말잔치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또 소련군이 진군할 때, 현실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갑돌이가 여기를 방어한다!’는 식으로 명령한다. 어디까지나 지도 위에서만 가능한 말이다. 비현실적 주문에 참모들이 아무 말 못 하는 것은, 언젠가 그의 장단에 춤을 췄기 때문에.
누군가 눈에는 ‘숭고한’,누군가 눈에는 ‘허무맹랑한’, 아무 정보를 담지 못한 말이 퍼질수록 세상은 혼란하다. 벙커 밖에서는 독일인들이 고깃덩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는 안에서 파티를 벌인다. 죽음에 대한 공포, 아니 죽음보다 더 피하고 싶은 패전국의 일원으로 살아갈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그곳에는인간의 죽음이 갖는 최소한의 무게조차 남지 않았다.
비참한 일이 너무도 많아 시종일관 마음 아프지만, 그중 제일은, 공보장관 괴벨스의 아이들 이야기다. 히틀러 앞에서 천진한 얼굴로 노래하는 아이들, 하지만 부모는 좌절된 미래에 그들을 살게 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직접 그들의 입을 벌려 독약을 깨물게 한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사람을 죽이고, 아이를 죽이고, 스스로 죽을까. 후….
대선을 앞두고, 정보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다섯 번의 대선 투표를 하고, 선거 전에 한 말은 별 의미 없음을 알았다. 그냥 이제는 안(덜) 싸웠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사회인데, 서로 싸우다 보니, 헐뜯고 거짓말하고, 점점 못난 나라, 국민이 되고 있다. 누군가 말했지, 천국을 말하는 사람이 현실을 지옥으로 만든다고. 천국과 지옥 모두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