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난 ‘우리는 하나’였다. 무슨 <다모>의 주인공도 아니고,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모두에게 느꼈다.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타인의 삶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삶,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나로 물들이고 싶은 오직 두 사람 있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 J와 S, 딱 스무 살까지만. <늑대아이>를 보며 아이들이 몹시 떠올랐다.
늑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니까.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예쁜 옷을 입는 하나를 보며, ‘아, 나도 저랬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그가 남겨 놓은 건 그와 꼭 닮은 두 아이 유키와 아메.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아, 언젠가 그가 살았던 시골로 떠난다.
유키와 아메는 다르다. 누나가 활발, 외향적인 반면, 동생은 차분, 내향적이다. 유키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고, 아메는 학교보다 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어느덧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나를 힘으로 제압할 정도로 컸다. 이제 아이들이 하나의 품을 떠나 홀로 설 때가 되었다. 돌아보면 빠른 시간….
늑대의 아이로 태어난 남매, 엄마와 떨어지면 오롯이 혼자다. 유키는 사랑하는 이에게 진실해야 하고, 그러려면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메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어떤 위협이 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문제는 엄마 하나다. 오직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유키와 아메가 얼굴이 정확히 J와 S에게 겹쳤다. 매사에 당당하고 사람 좋아하는 J, 늘 수줍으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S. 아이들이 크면 저렇게 될 거야. 그런데, 그러면, 나는 하나처럼 되겠지. ‘딱 스무 살까지만 아빠 말 들어, 알았지?’라고 약속했는데, 그 이후 나는 넓은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만 볼 수 있을까? 너희의 뒷모습이 부디 씩씩하면 좋겠다. 나도 홀로 설 시간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