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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Apr 11. 2022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흐르는 강물처럼>(로버트 레드포드, 1992)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가 자전거를 배웠다. 아이를 따라 뛰고 있는데, 포장길과 흙길 사이에서 위태롭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불안해졌다. 차라리 한쪽으로 꺾거나 멈춰서 새로 시작하면 좋으련만…. 결국 아이는 끝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형제의 래프팅이 떠올랐다.


동생 (브래트 피트)은 호기심이 많다. 거친 강물을 배를 타고 내려가자고 했을 때 형 노먼은 내키지는 않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용감한 형제는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노를 저으면서 삼킬 듯한 물살을 헤쳐 나간다. 그 생명력 넘치는 장면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때로는 이쪽저쪽으로 치우쳐야 하는 거구나! 그래야 신세계를 만나고 밝게 웃을 수 있어!’


인생의 전반전인 40년을 살면서 마음속에 새기고 산 말이 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균형 감각이 삶의 제1 원리라고 생각하고 평범하게 살았다. 그래서 만나는 세상은 넓지 않았고, 표정은 늘 그냥 그랬다. 어느 순간 내가 웃어도 마음껏 웃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춘부를 보고 이상한 춤을 추며 활짝 웃는 어린 폴. 나도 저렇게 웃던 때가 있었던가?


폴은 그렇게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치우치며 아버지가 가르쳐준 플라잉 낚시의 경지를 넘어섰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갔다. 누구의 삶도 아닌, 폴 그 자신의 삶. 물론 위태롭고, 충돌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참 아름다운 아이였어.” 다행인 건, 인생의 후반전을 맞으며, 전반전의 교훈을 싹 버렸고, 이제 나로 살기 시작했다는 것.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멀리서 S가 자전거를 혼자 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혼자 탈 실력이 아닌데, 바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아이가 생각보다 자전거를 잘 탔고, 나의 걸음은 차차 느려졌다. 그때 아이의 표정이 보였다. 세상에 어떤 고민이나, 교훈도 담고 있지 않은, 순도 100% 웃음. 아이는 그 웃음을 잃지 않고, 나는 그 웃음을 되찾아, 함께 웃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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