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32]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마지막으로 <깜언 골프>를 쓴 게 언제던가.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 (약간 과장해) 30년 지기 세 친구의 우정, 독학 골퍼로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며 시작한 골프 이야기. 골프도 재밌고, 우정도 여전하나 문제는 2년째 실력이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이건 무슨 작가주의 예술영화도 아니고 진도가 이렇게 느려서야, 쓸 맛도 안 나고, 쓰기도 힘들고 하여 때려치웠다.
그동안 수많은 감이 나를 찾았다. ‘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이번엔 진짜야. 틀림없어!’를 외치기만 수십 번, 깨달음이 많다는 것은 다 틀렸다는 것. 신기하게도 하루는 기가 막히게 맞는데, 다음 날이면 거짓말처럼 안 맞는다. 한 번은 김사장이 놀러 와서 밭에서 공을 좀 친 적이 있는데, 나의 깨달음을 나누려고 했으나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걸 보고 현실을 직시했다.
‘안 맞는다, 안 맞는다.’하며 한숨을 푹 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일 오답을 찾고 있다. 오답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언젠가 정답을 찾을 수 있겠지.’ 희망의 빗줄기가 비추는 것 같았다. 괜찮아, 잘했어. 천천히, 한 번 더! 일을 하다가 나의 놀라운 운동신경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네가 골프를 못 칠 리가 없잖아?!’
아무도 모르게 끝이 난 <깜언 골프>를 다시 시작하는 건, 순전히 베트남에 있는 김차장 때문이다. 논에서 흙과 씨름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레슨을 받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었다. “깜언 골프 글 보고 싶다.” 글 쓰는 걸로 밥벌이를 하다가, 글 쓰는 게 좋아서 쓰다가 두 시기가 모두 지나 잊고 있었던 글쓰기인데, 김차장을 위해서라면 써야지.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집으로 돌아오며, 뭘 쓰면 좋을까 생각했다. 봄볕을 맞으며 땀을 흘리니 시원한 막국수가 먹고 싶어 이웃에 있는 단골 식당에 갔다. 사장님이 나를 보자 “뭐야, 왜 이렇게 날씬해졌어, 완전 멋있잖아!”라 했고, 나는 “골프요.”라고 답했다. 그래 지난 2년, 오답 가능성이 줄 듯 내 뱃살도 3인치나 줄었으니 내 골프 여정도 나쁘지만은 않다. 다시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