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많은 길
[깜언 베트남 3]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음음음음!”
뭐지, 이 상쾌한 콧소리는?! 이어서 “솨아아!”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나의 잠은 제대로 맞은 드라이버 샷처럼 순식간에 달아났다. 지금 몇 시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휴대폰을 보니 ‘에이씨, 여섯 시도 안 됐잖아!’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 자는 탓에 (김사장의 최선을 다하는 코골이 소리를 듣고) 2시 넘어 잤는데, 의도치 않게 부지런한 농부 모드가 발동되었다.
30분이 지나 나온 김사장이 인사했다. “굿모닝!” 응, 너라도 개운한 아침을 맞아서 다행이야. “요즘 새벽에 양치하고, 좌욕하고, 청소하는 루틴이 생겼어. 너무 좋아.” 응, 난 새벽에 논, 밭에 나가느라 그런 거 못해. 아침햇살만큼 밝은 그의 모습을 보니, 언제까지 얼굴을 찌푸릴 수는 없겠다 싶었다. 이럴 땐 카페인을 냉큼 채워야지. 아뿔싸, 지갑을 김차장 방에 두고 왔어!
돈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맞이하느라 늦게까지 수고한 김차장을 깨울 수도 없다. “바다 보러 갈래?” 이렇게 설레는 말을 김사장한테 하는 게 좀 그랬지만, “좋아!”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달콤하다. 우리가 머문 호텔 리비(LIVIE)에서 미케 비치는 그리 멀지 않았다. 상쾌한 새벽 공기로 몸을 달래는데, 바로 옆 반미 집이 벌써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옆 카페도.
‘무슨 가게가 여섯 시에 여냐?’ 웃으며 걸으니 곧 바다가 나왔다. 햇살을 받은 바다도 멋졌지만, 우와, 이 시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물속에서 첨벙 대는 사람, 모여서 춤을 추는 사람, 요가를 하는 사람, 그리고 저 멀리 윈드서핑을 멋지게 하는 사람 등 새벽 바다를 즐기는 방법도 참 다양했다. 활기 넘치는 새벽 바다를 걸으며 파도를 맞으니 피로가 다 풀렸다.
문득 든 생각. 바다에서 노는 방법이 다양하다면, 골프를 즐기는 대도 어쩌면 많은 길이 있지 않을까? 정확한 샷을 통해 비거리 죽죽 늘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속상할 일 있을까. 스코어를 줄이고 줄여 싱글로 가면 좋겠지만, 100개 언저리에서도 잘 맞은 한 방에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들려온 파도 소리, 겹치듯 들리는 김차장의 말 ‘일단 백은 깨고 말하자.’
‘5, 4, 3, 2, 1.’ 여기 시간 7시, 한국시각 9시가 되자 정확히 김사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네, 네, 이사님, 제가 지금 출장을 와가지고요. 확인하고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끊으면 또 오고, 끊으면 또 오고…. 바쁘게 사는구나, 내 친구. 자랑스럽다, 김사장. 이럴 때 시원한 커피 한 잔 사주면 좋을 텐데, 김차장은 카톡에 응답이 없고. 돈 없는 설움을 다낭에 와서 겪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