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며칠 전 옷을 샀다. 금요일에 있을 인터뷰 때 입을 건데, 사장님 권유로 니트 두 개를 샀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에 새 옷을 입고 동네 할머니들에게 인사를 갔다. 새 옷인데 복대가 좀 그래 겨우 내내 허리를 꽉 조였던 그것을 풀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통증에 평소보다 덜했다.


집에 와서 순덕이에게 물었다. 복대가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냐고. 순덕이가 물었다. 얼마나 세게 맸냐고.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꽉 조였다고 하니 순덕이가 깜짝 놀랐다. 복대 압력이 너무 세면 피가 안 통하고 신경을 누를 수 있다고, 근육은 이때다 싶어서 논다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 한 복대가 오히려 허리를 더 안 좋게 했다니! 나는 복대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순덕이가 덧붙였다. 복대를 하더라도 손가락 하나는 들어갈 수 있게 여유롭게 하라고.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내 몸의 기운의 흐름을 꽉 막아버렸다. 얼음으로 가득한 겨울 수로처럼.


문득 내가 겨우 내내 내려고 했던 얼음 속 작은 구멍이 떠올랐다. 구멍이 있어야 흐르고, 흘러야 살 수 있다. 2026년, 너무 빡빡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살겠다고 너무 힘을 주면 결국 살기 더 힘들어진다. 내 삶의 숨구멍을 찾아야겠다. 너와의 숨구멍을 찾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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