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타그램
지난 금요일(20일) 장례식에 다녀왔다. 밀착 지인이 상주로 있는 곳이라 오래 머물렀다. 웃다가, 울다가, 아련해하다가, 애틋해하다가 돌아올 길이 멀어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으려는 순간! 내 신발이 사라졌다. 상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자신의 슬리퍼를 벗어주었다.
벌써 두 번째다! 작년 이맘때쯤 장례식에 갔을 때는 구두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준 구두로 그날 처음 신은 거였다. 그날도 상주는 미안해하며 슬리퍼를 내주었다. ‘장례식장 슬리퍼남’이 된 나는 그때도 지금도 마음의 거리낌이 전혀 없다. 그들의 무게가 신발보다 훨씬 무거우니.
장례식장을 나오는데 동행이 슬리퍼남이 된 나를 보고 웃었다. “괜찮아, 글로 쓰면 되니까. 신발을 잃었지만 글감을 얻었어!” 문득 작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한(망친) 일만큼 좋은 글쓰기 소재가 없다. 다시 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어 좋다. 글이 내게 기회를 주었다.
집에 돌아와 살 때는 몰랐는데 사놓고 보니 하도 알록달록하여 신기 민망했던 신발을 꺼냈다. 좀 과하다 싶었지만, 행사 때는 신을 수 있겠다 싶었다. 르무* 신발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작가 신발’이다. 작가 신발도 신었으니 작가라 말하기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작가라 불리기 부끄럽지 않게 맛있게 살고, 재밌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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