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끙’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건 나이 탓이 아니라, 술 탓이다. 두꺼운 암막 커튼을 걷었을 때, 와우, 하노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모양의 건물이 끝없이 이어졌고, 오토바이는 분주하게 다녔다. 시계를 보니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다. 우리 몸이 아직 반은 청춘인가 보다. 금주 김차장이 먼저 씻고 나왔다. “해장해야지? 해장은 쌀국수가 짱이야!”
든든한 가이드 덕분에 여행자는 거리 풍경에 집중할 수 있었다. 쉭쉭 지나가는 오토바이, 길가 작은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 낯선 풍경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과 오토바이, 소년과 할머니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오히려 친밀하게 다가왔다. 서로 눈길을 주지는 않지만, 바싹 붙어있는 게 평화롭다. 거리의 소음은 우리의 웃음소리를 너그럽게 안는다.
Phở Lý Quốc Sư, 베트남 사람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쌀국숫집이란다. 체인점이라 여러 곳에 있는데, 다른 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왔었다나 뭐라나. 메뉴판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뭔 말인지 모르니, 주문은 김차장이! 그나저나 일하는 사람이 참 젊다. 택시 운전사도, 그랩 바이크 기사도, 식당, 카페 점원도. 일하는 이들을 가만히 보면 앳돼 보이는 얼굴이 참 많다.
잠시 후 똑같은 쌀국수 세 그릇이 나오고,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베트남 음식에 익숙해진 놈(김차장), 새로운 음식 먹기를 즐겨하는 놈(김사장), 그냥 입 짧은 놈(안기자). 김차장은 자연스레 후루룩, 김사장은 감탄하며 후루룩, 안기자는 고수 치워가며 후후룩. 국물이 맛있어 속 푸는데 좋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깻잎이 좋은 나, 고수는 다음 생에 친해지는 걸로!
입 짧은 거에 대해 비겁한 변명을 하자면, 다 가난 탓이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언제나 밥과 김치, 그리고 김치 파생 식품들. 그때 나는 입맛을 잃었고, 키를 포기했다. 그런데, 대체, 왜? 지금 그 입맛이 생겼냐 말이다! 야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매년 3킬로씩 찌고 있다. 언제까지일까, 남은 인생 중 단 한 번이라도 날렵했던 몸매를 되찾을 수 있을까?
베트남 하노이 인도는 바이크와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보며 어느새 빙그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