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잘 먹었으니, 커피 한 잔 마실 차례. 우리는 탕룽 왕궁 옆에 있는 작은 꽁 카페(Cộng Càphê)에 갔다. 꽁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하노이 어디나 조금만 찾으면 보이는 체인점. 대표 메뉴 코코넛 커피를 시키고 밖으로 나왔다. 넓고 시원하게 뻗은 길, 크고 근사한 건물들, 수많은 카페와 가득 메운 사람들. 많은 관광객은 2층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하노이는 발전할 대로 발전해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택시(혹은 Grab)를 부른다. 외제차가 즐비하며, 세계 모든 인종이 한 데 모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베트남’의 모습은 이 하나의 풍경으로 순식간에 깨졌다. 사실, 관심도 없었고, 인식이 좋지도 않았다. 공산주의, 베트남전, 못 사는 나라. 어렴풋하지만 충분하다 여겼다.
우물 안 개구리의 참회. 나는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베트남을 오해했을까. 비겁한 변명을 하자면, 이건 다 미국 드라마 <머나먼 정글> 때문이다. 미군을 따라다니며 초콜릿을 얻던 초등학생 때 엄청 좋아했다.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만 나오면 심장이 뛰었고, 미군의 용기와 전우애에 감동했다. 반대로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베트꽁은 무섭고, 싫었다.
그 베트남에, 그것도 베트‘꽁’ 카페에 앉아있다. 여기서 꽁(共)은 공산주의 ‘共産’의 줄임말 격, 즉 베트남 군대를 의미한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관심 없는, 어린 지난 나를 반성했다. 활기 넘치는 사회, 사람들. 내가 틀리고, 그들이 옳은 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남자. 단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데, 코코넛 커피는 시원하고 달달한 게 아주 맛있었다.
점원들이 입고 있는 카키색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김차장에게 물어보니 파는 거란다. 하나 사 달라고 조르니, 시원하게 콜!(20만 동, 1만 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미군 야상을 입고 베트남에 왔다가, 베트꽁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맞춤인 냥 잘 어울려 한껏 느끼고 있는데, 점원들이 뒤에서 ‘ㅋㅋㅋ’ 웃고 있다. 김사장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 잘~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