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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Dec 15. 2020

#4.
인간관계(업연)는 어떻게 쌓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이젤과 크리스천

 직장에서는 지식이 무기일까

첫 직장에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태영씨, 직장에선 지식이 가장 무기야” 당시 속한 직장은 직원 간에 분열과 개인주의가 심한 곳이었다. 직무 교육이나 선배의 조언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내게 그 말은 마치 신념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문서를 뒤지며 규정을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갔고, 효과가 있었는지 2년의 회사 생활 동안 부서를 3번이나 옮겼다. 

  해당 부서에 전사 차원의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각 부서로 배치가 된 것이다. 옮길 때마다 적응을 해야 했기에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불만도 있었지만, 선배가 말한 ‘지식이 무기다’는 말이 증명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직을 하고 직장생활 7년차가 되자, 오히려 그것은 독이 되었다. 직장에서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는 인간 관계(업연)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회사를 3번 이직했는데, 업무에 어려움이 있고 갈등에 막힐 때마다 이전 직장의 선배나 동료에게 도움을 받았다. 참 묘하게 당시 속해 있는 직장에서 해답을 얻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사람도 자신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힘든 것처럼 조직도 그러한 것 같다. 

  겸손하게 생활했다고 하지만, 뒤돌아보니 지식과 기능을 무기로 삼아와서인지 나도 모르게 자존심이 세졌나 보다. 업무를 통해 비추어진 내 모습은 다가서기 어렵거나 날이 서 있는 이미지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업무적으로 막혔을 때, ‘이전 직장’의 선배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답을 구했는지 모른다. 돌이켜 보니 스스로 일을 해서 업무 성취를 했다기보다는 여러 의견들이 나를 거쳐서 자리를 찾아갔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동료들의 업무 진행 상황이나 개인사에 관심을 더 갖는다. 업연을 맺고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이면 안부를 묻거나 대소사를 챙기는 편이다. 누구에게는 아부나 정치질로 비추어질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지식을 넘어 지혜가, 기능을 넘어 융합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는 것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유대감 또는 연대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앤디의 성장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 앤디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결정적 역할’로 중역인 나이젤이 등장한다. 나이젤은 앤디의 메이크 오버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성장 과정을 말한다. “런어웨이는 그냥 잡지가 아니야. 아일랜드 촌구석에서 6형제 막내로 태어난 내가 축구 몰래 봉제를 배우며 읽은 그것은 ‘찬란한 희망의 등불’이었어.” 그가 런어웨이에 입사한지 18년 째, 디자이너 제임스 홀트가 세계적 규모로 그의 브랜드를 출시할 때, 나이젤은 파트너로 낙점이 되었다. 그러나 미란다의 정치 전략에 막혀 좌절되었고 그때 앤디가 그에게 물었다.      

  앤디 : “언젠가 또 보상을 받을 기회가 있겠죠?” 

  나이젤 : “아니, 없을 거야. 그렇지만 있다고 믿어야지, 믿을 거야.”      

  이런 신념을 가진 선배가 조언을 하고 도와주었기에 앤디가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미란다가 앤디를 내쫓기 위해 미출간된 해리포터의 다음 시리즈를 구해오라는 미션을 주었을 때, 앤디를 구해낸 것은 바로 친구의 전시회에서 만난 작가 ‘크리스천 톰슨’이었다. 그 작가가 없었다면 앤디는 전직은 고사하고 당장 해고를 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업무를 풀리게 한다.     


 인간은 감성적이고 정서에 민감하다 

“인간은 옳은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로 ‘호손 실험’이 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에 ‘노동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 방법의 변화가 생산성을 증대시키는지’ 검증하는 실험이었다. 결론적으로 변인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8년 동안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함) 그 실험 결과는 학문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노동자는 과학적 관리론에 의한 기계적 취급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심리적 욕구를 배려하며 조직 내 비공식집단(대인관계, 사내 세력관계)을 주목하고, 조직 목표와 구성원 목표 간의 균형 유지를 지향하는 민주적·참여적 관리 방식을 유지하면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경영자의 관심을 인간적·사회적 요소로 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후에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위 호손 실험 결과는 이성적·합리적 판단과 행동보다는 감성적·정서적 공감과 소통이 인간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끼침을 의미한다. 그래서 원활한 인간관계와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판단하며, 상대방은 또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인용 ] 온라인 행정학 전자사전 www.kapa21.or.kr




 나와 남의 소통을 위한 성격 유형 검사’ 활용하기 

상대방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은 응대 방식을 달리할 수 있는 첫 단계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부모님의 말투나 식습관, 행동 기준을 배우고 자라온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온 모습을 성인이 되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태어나서 살아오고, 거쳐온 사건들을 면밀하게 되돌아보고 객체로 바꿀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어떤 성향을 갖고 있으며, 타인이 나를 어떤 유형의 사람으로 바라볼지 예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타인과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고,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더 나아가 상사의 성격과 업무 유형을 빨리 파악하고 맞추면 자연스럽게 업무가 편해진다.      

성격 유형을 판단하는 검사는 여러 가지이다. MBTI, DISC, ENNEAGRAM 등이 있는데 각 차이는 다음과 같다. MBTI는 타고난 기질에 대한 심리학적 검사이며, DISC는 현재의 행동 유형에 대한 관습적 검사이고, ENNEAGRAM은 성격을 포함해 영적인 영역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는 비교적 간편한 유형인 DISC를 대표적 히어로 영화인 <어벤져스> 캐릭터에 대입해 살펴보겠다. 

  DISC 검사는 행동 유형 검사로 1928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윌리엄 몰튼 마스톤(Willam Mouston Marston) 박사가 창안한 것으로 ‘인간이 환경 속에서 자신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I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의 네 가지 형태로 행동함을 주장하고 있다. 크게 주도형과 사교형은 외향적, 안정형과 신중형은 내향적으로 나눌 수 있다. 일과 사람 관계에 있어 주도형은 지배적으로 주장하는 바가 강하고 행동이 앞서며, 사교형은 즉흥적으로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활발하다. 그리고 안정형은 감성적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집중하며, 신중형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고 직설적이다.

  첫째, 주도형 인물에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속한다. 아이언맨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책을 제시하고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하면서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는 공동체(팀, 조국) 의식을 중요시하며 단결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둘의 주도 방식이 다른 탓에 <캡틴 아메리카:시빌워>편(히어로 등록 법제화 논란)에서 두 리더십의 극한 대립을 보여준다. 

  둘째, 사교형 인물에 ‘토르’와 ‘블랙 위도우’가 속한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지만, 인간들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며 지구의 평화를 위해 전면에 나서 싸운다. 또한 블랙 위도우는 실험에 의해 성장한 암살자이자 정부 요원으로 넓은 유대를 구축하며 활동한다.

  셋째, 안정형 인물에 ‘호크 아이’가 속한다. 그는 영웅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가족애를 중시한다. 그리고 앞장서기보다는 멤버들을 뒤에서 지원 사격하며 싸운다. 

  넷째, 신중형 인물에 ‘헐크’가 속한다. 헐크로 변하기 전에 브루스 배너는 과학자로서 합리적 사고를 강조하고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다만, 그가 헐크로 변했을 때는 주도형 인물이 된다. 

  위의 방법처럼 나와 상대방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알아보고 상응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타인이 나를 어떤 성격으로 파악할지’ ‘나는 타인을 어떤 인물로 대할지’ 고민하면서 적절하게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인간은 한가지 유형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서 적응하기 때문에 여러 유형이 혼재되어 있다. 

  온라인 상에는 DISC 검사 등 무료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가 여럿 존재한다. 시도해보고 업무와 관계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면 좋다. 더불어 각 검사의 유래와 개요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며, 주위 사람에게 진단을 진행 해보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임시 팀을 꾸린다고 할 때, 어떤 동료를 어떻게 구성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만약 주도형의 사람만 있는 부서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서로 고집을 부려서 업무의 방향성을 잡지 못할 수 있다. 사교형만 있는 부서는 분위기는 좋지만 업무 진행이 더딜 수 있고,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곪아있을 수 있다. 

  또한 안정형만 있는 부서는 도전 정신이나 진행 방식에 대한 창의성이 꽤나 부족할 것이며, 신중형만 있는 부서는 분위가 차갑거나 이기주의 성향이 심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모여야 건강한 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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