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n Dec 27. 2020

#5.
나는 어떤 팔로워가 될 것인가?

<인턴> 창업자 줄스와 시니어 인턴 벤

 문서 작성은 모두 휴먼명조체로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하면 ‘휴먼명조체’에 익숙해져야 한다. 처음 서면 보고를 했을 때, 부서장님께서 문서 작성은 모두 그 서체로 하라고 지시를 하셨으나, 사용하고 익숙해지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가독성이나 심미성 관점에서 다른 서체들이 더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문은 그 서체를 사용해도 표 안이나 특이사항도 그렇게 써야 하는지 고민을 하곤 했다. 

  모든 문서를 한 가지 서체로 통일해서 작성해야 한다는 기준에 은근한 반발심도 고민의 이유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했던 기관뿐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가 공통되게 그 서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문서 규칙을 찾아서 글씨 크기나 줄 간격 등의 방침을 알아서 따르게 되었다. 회사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일관되게 지켜야 할 문서 규칙이 있다. 문서뿐만 아니라 파일명이나 폴더명도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 

  직장에서는 문서 작성 뿐 아니라 지켜야 할, 명문화된 규정 또는 보이지 않는 관습이 존재한다. 직장은 조직 생활이고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이든 경력이든 후임자(follower)로서 그 문화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상사의 업무 명령이나 지시를 이행하고 지원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실질적인 역할을 이해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래서 팔로워로서 인식과 실행이 중요하다. 영화 <인턴>에서 그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줄거리 

영화 <인턴>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 1년 6개월만에 200명 이상의 직원이 함께하는 회사로 성장시킨 30대 창업자 줄스와 70세에 시니어 인턴으로 뽑힌 벤이 등장한다. 30대 경영자와 70대 인턴이 직장생활과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영화이다. 

  줄스는 젊은 여성 기업가로, 빠른 시간에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 속에는 그녀의 꼼꼼한 열정 – 직접 불만 고객 전화 응대, 제품 포장 방법 세부 지시, 회의 진행 주도 등 –에서 비롯된 성취이다. 직원들은 그런 그녀가 부담스럽지만, 그녀의 열정과 의지가 회사를 키워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매일 회사 규모와 직원 역량을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투자자들은 줄스에게 전문 경영인(CEO)을 채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 위에 상사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경영인을 고용했을 때 결국 자신의 위치가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 활동까지 중단하며 가정에 헌신해 온’ 남편마저 바람을 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시니어 인턴 벤이 입사하고, 그의 조언을 듣고 따르니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 그는 부드러우면서 활달한 성격으로 동료들을 도우며 신뢰를 얻고, 심지어 남편과 딸에게도 호감을 사며 줄스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회사와 가정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팔로워로서 줄스 

줄스는 30대라는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그녀는 인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업무가 아닌 인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로감과 부담감을 잔뜩 받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다 차츰 벤에게 의지하게 된다. 

  ‘엄마는 테러리스트같아’라는 메일을 실수로 엄마에게 전송하고 혼란에 빠져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결국은 벤이 팀을 꾸려 해결을 한다. 그리고 벤과 함께 경영인 영입을 위한 출장을 가서 남편의 외도에 대해 서글픈 감정을 토로하고, 벤에게 조언을 구한다. 

  줄스는 결정적으로 경영인 타운젠드를 면접하고 그 자리에서 고용을 구두 약속하지만, 다음날 바로 철회한다. 그리고 그 결정을 굳히기 위해 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응원의 말을 듣는다. 그녀는 회사에서는 대표이지만 인생에서는 자신이 인턴임을 자각하고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벤에게 조언을 구하고 때로는 전적으로 의지한다. 그녀는 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잖아(We are best friends).”     


 팔로워로서 벤 

벤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40년 이상 근무를 하고 은퇴했다. 아내와 사별한 뒤, 전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와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생활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40분에 스타벅스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그러던 중 식료품점에 붙어있는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자기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면접을 통과해 채용이 됐다. 그리고 회사 대표인 줄스를 지원하는 직무에 배정받았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움직이는 줄스는 노년의 벤이 썩 맘에 들지 않고,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벤은 하루 내내 지시를 기다리다, 결국 일을 찾아서 한다. 물품을 나눠 주는 직원을 도우며 대신 수레를 끌어주고, 아무도 치우지 않아 산더미같이 어지러운 책상을 말끔하게 치운다. 정식 업무는 아니지만, 신입 인턴으로서 궂은 일을 수행함으로써 그는 줄스뿐 아니라 회사 동료들의 호감을 얻는다. 

  줄스의 운전기사가 근무 시간에 몰래 음주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물러날 여지를 주고, 자신이 운전을 자처하며 수행 비서로서 자리를 잡는다. 게다가 동료의 계약 업무, 집 이사 문제, 연애 고민 등 다양한 일에 조언을 해주면서 멘토로서 이미지를 구축한다. 자칭 ‘모두가 삼촌으로 대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줄스는 일과 인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벤이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자신의 상태까지 곧장 파악해 소화 잘 되는 수프를 준비하는 벤, 그녀는 그가 마치 자신을 꿰뚫고 있는 느낌을 받았고, 또 가족과 빠르게 가까워진 벤을 보며 “너무 세심한(too observant) 벤을 부서 이동시키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벤의 존재감을 깨닫고 전보된 부서에 직접 찾아가 그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그와 친구가 되고,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에는 수행원 역할에 머물러 있던 그를 정식 비서로 승진시키고 보고서 검토까지 맡긴다. 벤은 스스로 업무를 찾아내 실행하며 동료의 호감을 사고, 결국 자신에 대한 신뢰를 확보한다.      

직장에서는 일일이 이렇게 하라고 지시를 하지 않는다. 업무 과제를 받거나 방향성만 잡아주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기획해서 보고를 해야 한다. 일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해결 대책이나 개선 방안도 부서원이나 외부 담당자와 소통·회의를 통해서 진행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청소나 물품 정리도 업무 영역에 속한다. 일과 생활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사람은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말들은 직장을 사회생활만이 아닌 인생으로 확장하면 인턴이나 신입사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팔로워로서 협력(partnership)하기 

지도(coaching) 분야에는 존 휘트모어의 GROW 모델론이 있다. 대화를 기반으로 인생이나 직장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지도하는 기법이다. 질문자를 리더, 응답자를 팔로워라고 가정했을 때, 각 단계에서 활용되는 질문을 이해하는 것으로 관계 형성과 소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질문을 리더가 아닌 팔로워 입장에서 바꿔보면 그 문장과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기초적인 소통 부족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사례를 발견한 적이 많다. 그 사례는 지시자(리더)가 수명자(팔로워)에게 지도나 지원을 했을 때 수시적인 반응이 없거나 중간 보고가 없어서 업무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반대로 수명자가 지시자에게 검토나 확인을 바라지만, 회피하거나 방관하는 식으로 업무 진행되는 경우이다. 그래서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질문을 잘하는 것도 팔로워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팔로워는 하위자나 후배에게만 해당 되는 말이 아니다. 동료의 업무 진행에 물품을 같이 준비하거나 모니터링(비판적 감시) 해서 피드백(영향)을 주거나, 타 부서의 업무에 협조하는 것도 팔로워십이다. 또한 후임이나 후배가 적합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힘을 실어주는 것도 그것이다. 물론 서로가 그 지지와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로 돕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형성되고 관계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협동, 협조, 협의, 협업, 협력의 개념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팔로워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협동(teamwork)’은 직장 뿐 아니라 학교나 단체에서도 사용되며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말한다. 둘째, ‘협조(cooperation)’는 생각이나 이해가 반하는 쌍방이 평온하게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협의(conference)’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회의를 하며 문제를 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넷째, ‘협업(collarboation)’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협력(partnership)’은 이미 정한 역할과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입장이나 과정, 상황에 따른 용어의 차이가 있으나 팔로워십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      

[ 인용 ] 경영학 사용 설명서, 김용진, 클라우드나인, 2015



이전 05화 #4. 인간관계(업연)는 어떻게 쌓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