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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Dec 03. 2020

#3.
직장인의 첫 행동은 나를 벗어나기

<트루먼쇼> 트루먼의 ‘나를 찾아서’

 직장 생활의 시작은 자신을 벗어나는 것부터 

직장 멘토에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 동료들의 비판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 한편에는 ‘반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그렇게 살아왔나?’는 물음에 답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는 평소에 서로를 평가한다. 일상생활이나 업무과정 등 여러 상황에서 상대방을 인지·평가하고 이를 연말 평가에 반영한다. 다면평가에서 동료(선·후배, 동기)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이나 강·약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그런데 비판 또는 비난을 담은 내용을 눈 앞에 두고, 어떤 변론도 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며 개선의 의지를 다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판을 수용하며 변화해야 동료와 함께할 수 있고, 지속적인 회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유연성이나 개선 의지에 앞서 자율성이 필요하다. 자아가 주체적일 때, 타인을 유연하게 대하고 비판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는 ‘조명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자기 자신을 연극 무대에 선 주인공으로 여기고, 주변 사람들을 ‘상상 속의 청중’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할 때, 나를 주시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 조명을 벗어나지 못하면 현실을 왜곡되게 바라보고, 관계 또한 왜곡하게 된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주인공 트루먼이 초거대 세트를 탈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조명을 벗어나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다.      


 트루먼 초거대 세트를 탈출하다

태어난 순간부터 30년 동안 자기 인생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방송되는 것을 모르는 남자,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굿나잇!” 매일 아침 이웃에게 하루 인사를 쏟아낼 만큼 다정한 남자, 트루먼이 있다. 그는 초거대 세트인 섬에서 줄곧 살아왔는데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은 설정이다. 어머니, 아내, 친구는 배역을 맡은 연기자이며 그들이 쓰는 물건은 대부분 광고 물품(product placement)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쫓아다니는 카메라와 연기자 몸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가 트루먼의 일상을 전세계 사람에게 낱낱이 중계한다. 

인용 ] 김혜남 지음,『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웅진싱크빅, 초판, 2008


  이 영화는 유명 TV쇼에 빗대어, 세상의 모든 것을 송출하려는 방송 시스템의 무서움과 시청자이자 타인으로서 한 개인의 일상과 인생을 낱낱이 보고 싶어 하는 관음증적 욕망을 표현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혹시 내 방에도 관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지’ 둘러보게 만드는 은근 섬뜩한 구석이 있는 영화이다. 

  내가 트루먼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30대에 안정된 삶이 보장된 섬을 벗어나 미지의 땅을 밟는 도전했을지, 아니면 지금 세계에 안주했을지. 자신에게 대입해보면 참 어려운 문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실을 파헤치려 드는 트루먼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끝내 비상구 밖으로 걸어나간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우리는 트루먼이 처한 세계가 가짜이고,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진짜임을 알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자신을 구속하고 속박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거대 조명 아래를 벗어난다. 그는 안정된 삶을 버린 대가로 낯선 세상에서 큰 고생을 할 것이다. 사랑을 찾아 피지섬으로 떠났으나, 그 사랑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오롯이 자립했다는 것이다. 더는 주변 사람들과 지난 일들을 의심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 그래프로 조명효과 벗어나기 

조명 효과와 비슷한 신화를 우리는 알고 있다.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물에 빠지는 죽음을 선택한 ‘나르키소스’ 이야기이다. 우리는 나르키소스가 아니라, 트루먼이 되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조명 효과를 벗어나는 쉬운 방법은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이다. 



 첫째, 흰 종이에 모음 ‘ㅏ’자를 그리고 교차점을 ‘0’으로 잡는다. 가로축은 나이(5살, 10살)를 단위로 잡고, 세로축은 0점을 기준으로 위쪽은 성공과 행복, 아래쪽은 실패와 불행의 방향으로 삼는다. 각 나이대를 기준으로 중요한 사건(가족, 우정, 연애, 학업, 취업, 사업 등)을 되돌아보며 그 정도에 맞는 점을 찍어 나간다. 그 점들을 이어보면 인생의 굴곡이 보이고 급격한 변화 지점(변곡점)도 보일 것이다. 당시에 나는 무슨 행동을 어떻게 했는지, 타인은 나를 어떻게 대했고, 사건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적어본다. 그리고 변곡점까지 추이를 쫓아가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본다.

  둘째. 기록을 멈추고 곡선을 천천히 눈으로 살피면서 잠재적으로 추구해온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작품을 쓸 때, 사용하는 ‘추구의 플롯’이란 방식이 있다. 김영하 작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추구의 플롯으로 구축된 이야기들에는 대부분 두 가지 층위의 목표가 있다. 주인공이 드러내놓고 추구하는 것(외면적 목표)과 주인공 자신도 잘 모르는 채 추구하는 것(내면적 목표)이다. 잘 쓰인 이야기는 주인공이 외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달성하도록 한다. 그런 이야기가 관객에게 더 깊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또는 감지했으나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은 플롯이 있다. 우리는 트루먼이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그는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모르지만, 우리는 알고 있기에 그가 끝내 진실을 깨닫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남몰래 또는 남에게 말하기 어렵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이를 곡선에서 발견하고 자립하는 것이다.       

가벼운 고백이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어두워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향적이고 진지한 성격에 업무의 양과 질로 받는 스트레스가 크게 더해져,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렇게 드러났을 것이다. 심할 때는 “어디 아프냐”고 묻는 선배도 있었다. 

[ 인용 ] 김영하 지음,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초판, 2019


  우스운 것이 오히려 그런 말들이 생활을 더 힘들게 했다. 내 맘은 그렇지 않은데, 오히려 이 상황을 어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렇게 보여지는 자신이 싫었다. 보란 듯이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었지만, 압박감만 더 늘어났다. 그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쉽게 나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때의 내게 ‘그런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니 웃으며 가볍게 넘겨버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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