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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an 11. 2021

#6.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인턴> 시니어 인턴 벤과 창업자 줄스

 TFT는 무엇이고간사가 뭐에요

경영기획 TF팀의 간사를 맡은 적이 있다. 실무자였지만, 실질적으로 TF의 팀장 역할을 해야 했다. TF팀의 업무 진행뿐 아니라 팀 관리를 해야 했고, TF 팀원에게 권유에 가까운 지시를 해야 했다.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연차가 많은 선배에게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내용을 회신했다. 때로는 마감 기한을 지키지 않은 선배를 찾아가 독촉하기도 했다. 또한 간담회 자리를 준비하는 후배가 마련한 간식을 보고 ‘다른 것이 더 낫지 않겠냐’며 은근한 압박을 주기도 했다. 

  팀장 역할에 대한 첫 경험을 말하면 속내가 불편한 자리였다. 권유형이든 청유형이든 선배나 후배에게 지시하는 행위가 어색했다. 사내 행사나 회의를 준비하면서 총무 역할을 하며 주변에 지원이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임시적으로나마 팀을 주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개인 모임에서 나들이나 여행을 갈 때, 일시적으로 모임 장을 맡은 것과는 다른 무게감을 느꼈고, 그 무게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당시 팀장 역할을 하기 위해 다짐한 기준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관리자의 입장이 아닌 같이 뛰는 팀장이 되자. 둘째, 지시가 아닌 청유 형태로 다가가자. 그래서 은근슬쩍 잔소리 같은 조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식사 자리에서 업무 진행을 물어보며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했다. 

  우습지만, 지금 내게 팀장을 맡기면 전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오히려 덜 움직이고, 팀원의 의견을 확대·수렴하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방향성을 확립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리더는 전체 흐름을 잡고 인력을 모으는 기본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임무이다. 또 그 팀의 모습을 보며 다른 동료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앞에서 <인턴>의 팔로워십을 들여다 보았다면, 이번에는 리더십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한다.     


 리더로서 벤과 줄스 

리더의 자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인간관계 능력과 업무 역량이다. 인간관계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소통으로 동료의 마음을 사고 신뢰를 얻으며, 동료의 관심을 업무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업무 역량은 업무에 대한 안목과 실행력으로, 업무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성과를 창출하고, 공유해서 선순환하는 능력을 말한다. 

  책임이 큰 리더를 맡을수록 인간관계 능력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인연과 관계에서 사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업무 역량 없이 인간관계만 넓은 사람은 빈 수레와 같다. 그저 목소리만 큰, 자신감만 넘치는 리더는 업무를 장악하지 못하고 팀을 주도하지 못한다.      

  <인턴>에서 어느 날 아침, 줄스는 어머니에게 잘못된 이메일을 전송한다. 어머니를 책망하는 내용을 당신에게 보낸 것이다. 요즘 말로 ‘멘탈 붕괴’에 빠진 그녀는 수습을 하기 위해 여러 직원에게 위해 여러 직원에게 해결을 요청한다. 직원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방법은 ‘어머니 컴퓨터에 직접 전송된 메일을 삭제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것을 누가 실행할 것이냐?’였다. 

  이때 벤이 나선다. 평소에 업무와 생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남자 직원 3명을 데리고 팀을 꾸린다. 그리고는 현장으로 출동해, 어머니 집에서 좌충우돌하는 팀원에게 각자 역할에 맞는 지시를 내리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벤이 삼촌처럼 팀원들의 업무와 개인사에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쌓아온 인간관계와 오랜 직장생활 경험에서 비롯된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아혀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줄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회사 업무의 A부터 Z까지 다 꿰뚫고 있다. 불만 고객 전화 응대, 제품 포장 방법 지시, 홈페이지 리뉴얼 회의 진행 등 인적 업무부터 물적 업무까지 직원들을 지시하고 지원하며, 회사를 지휘해 나간다. 어느 한 분야를 작게 보거나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써 구성원 각자의 위치를 존중하고 대표성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직접 움직이고 더 많이 일함(늦게까지 야근)으로써 솔선수범한다. 그녀는 회사의 창업자이자 경영자로 최전방에 서 있는 것이다.     





 도움 TIP ⑥  나는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까

직장에서 켄 블랜차드가 주장한 ‘상황 대응별 리더십 이론’을 접할 수 있다. 리더십은 지도자의 고유 기질이나 행동이 아닌, 과업(업무 역량)과 관계(수행 의지) 그리고 소속 직원의 발단단계(Development)에 따라 리더십 유형이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첫 번째 D1은 보통 ‘사원’에게 해당되는 경우로 수행 의지는 있으나 업무 역량이 현저히 낮은 상태로, 이때 리더는 지시형(Directing)으로 행동한다. 리더는 팀원의 역할을 정의하고 목표, 기준, 절차를 수립하는데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성과를 면밀히 관찰한다. 그리고 대부분 의사결정은 리더가 한다. 

  두 번째 D2는 보통 ‘대리’에게 해당되는 경우로 업무 역량이 다소 쌓였으나 업무나 관계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로 수행 의지가 많이 떨어진 상태로, 리더는 지도형(Coaching)으로 행동한다. 리더는 의사결정 사항을 설명하며 팀원의 의견을 구하고, 옳은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한다. 그리고 업무 성과에 계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시를 한다.

  세 번째 D3는 보통 ‘과장’에게 해당되는 경우로 업무 역량은 높지만, 의지는 상당히 낮은 상태로, 리더는 지원형(Supporting)으로 행동한다. 낮은 지시 행동과 높은 지원 행동으로 팀원이 업무에 있어 일정 부분 재량(의사결정 여지)을 갖게 하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행동을 격려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고민이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인다.





  네 번째 D4는 보통 ‘차장’에게 해당되는 경우로, 업무 역량과 수행 의지 모두 높은 상태이다. 이때 리더는 위임형(Delegating)으로 행동한다. 사안에 따라 부서나 팀의 의사결정 권한을 넘겨서 운영되게 하며 적합한 자원을 제공한다. 이때 리더는 확인자로서 팀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이론을 줄스에게 대입해보면 그녀는 지시형과 지도형의 교집합에 위치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줄스는 고객과 1차적으로 접점을 갖는 영역인(전화 응대, 상품 포장)에는 정확한 지시와 시범으로 응대 태도와 일관된 방식을 강조한다. 그리고 홈페이지 리뉴얼 회의에서는 각 분야 담당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되, 전체적인 방향을 강조하고 관철해 간다.

  그녀는 사업을 중심으로 직원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지시 행동과 지원 행동을 조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면 권한을 위임하고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그녀의 리더십은 솔선수범하며 조직에 영향력을 끼치고 회사를 지휘하는 것으로 ‘진취적인 여성 기업가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업이나 업무에서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직위가 낮을수록 그럴 기회를 얻는 것 또한 흔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팀장이 팀원을 믿지 못해서 일을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작은 분야는 간식 시간에 내기를 주도해보거나 동아리·동호회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벤트 회사를 차렸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내기(단순 game)’를 잘 주도했던 동료가 생각난다. 보통 오후 4시가 되면 허기지기 마련인데, 그녀는 “우리 간식 먹을까요?” “간식 내기 할까요?”라는 말로 팀원들을 주목시키고, 내기 방법을 ‘사다리 게임’으로 할지 아니면 ‘돌림판 게임’을 할지 의견을 물어보면서 그 시간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작은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업무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동아리나 동호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동아리나 동호회가 형식적인 친목 모임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직했던 직장마다 눈에 띄는 동아리가 하나씩은 꼭 있었다. 바쁜 일정과 많은 일과 속에서도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모여서 영어 공부를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면서 교류하는 ‘좋은 모습’을 봤다.



  또 그런 모임을 잘 꾸리는 동료들이 있다. 한 직장에서는 후배이지만, 동아리나 학습 모임을 꾸려서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배울 점이 많은 후배도 있었다. 동아리 활동은 회의 자리가 아니기에 업무뿐 아니라 생활에 대해 소통할 수 있고, 동아리를 어떻게 운영할지 이야기하면서 의사결정의 방법을 익힐 수도 있다. 취미 활동 이상으로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사내에 영화 동아리를 만들었다가 1년 조금 지나서 접은 경험이 있다. 그 요인 중 하나가 업무와 충돌이었다. 당장 업무에 신경 쓰기도 바쁜데 운영할 여력이 없었다. 휴직 직원으로 인해 1인 3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회원들의 소극적 행동도 아쉬웠지만, 돌아보니 ‘어떻게든 이어나갔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를 했다. 동료들과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동아리 활동’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감정이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고 또 식사를 하면서 개인사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니면 환경 정리를 위해 먼저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인턴>의 벤처럼 아무도 치우지 않는 책상을 솔선수범해서 치운다든지, 쓰레기 분리수거에 앞장선다든지, 탕비실의 냉장고를 청소하자고 운을 띄워 보는 것도 모두 리더십의 영역이다. 리더는 직장과 인생에서 주체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인용 출처 : 송영선, 현대 경영 패러다임에 적합한 켄 블랜차드의 상황대응 리더십Ⅱ 모델의 한국기업 적용 효과성 연구, 한국HRD연구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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