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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an 13. 2021

#8. 휴가를 자주 떠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

<굿모닝에브리원> 베키 with <리틀 포레스트> 혜원

 휴가를 가면 일은 누가 하지

첫 회사에서 수습 기간이 지나고 나서 1일 휴가를 쓰고 싶어 선배에게 말을 하고 부장님께 결재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참 많은 눈치를 봤다. ‘내가 없으면 선배가 일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과 ‘허락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긴장된 물음이 떠올랐다. 우습게도 당시에 휴가원 기안을 올렸을 때, 당일 날짜로 기재를 해서 부장님께서 “이미 넌 다녀왔다.”며 농담 섞인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 첫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신입사원은 기본 업무 외로 각종 업무 지원과 부서 막내 역할을 해야 하고, 조직 적응(규정 학습 등)을 위해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몇 달이 지나 1년이 되어간다. 그래서 입사 1년차 직원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사원이 휴가를 가면 선배나 동료가 대체 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업무 인계나 휴가 결재에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 입사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일을 배우고,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은 힘들 수 있지만, 업무가 잘 풀릴 때는 그만큼 일이 재밌다. 그러나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될 때보다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에 점차 짓눌리면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당장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이런 순간이 한 달, 한 분기로 지속되면 휴가를 갈 생각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어떤 직장은 오히려 이 점을 염두해 신입사원을 정신없이 돌리는 곳도 있다. 기강을 잡기 위해서다. 이런 조직에서 신입직원은 금방 지친다. ‘남을 사람은 잘 버텨서 남고, 퇴사할 사람은 퇴사하라.’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2019년부터 정책적으로 입사 1년차 직원의 연차를 보장했다. 신입사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이다. 그 이전에는 입사 첫 해 사용한 연차휴가를 다음 해에 공제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도록 법률로 정한 것이다.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아

<굿모닝 에브리원>에서 프로듀서 베키는 1년 내내 프로그램에 잡혀 있다. ‘자기 없이는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턴>에서 쇼핑몰 대표인 줄스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보다 늦게 퇴근하고, 육아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여행은 꿈꾸지 못하고, 업무 출장을 겸해서 겨우 다녀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그 둘이 없으면 방송 프로그램과 온라인 쇼핑몰이 운영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베키가 없어도 그를 지원하는 조연출과 경험 많은 앵커들이 협력해서 이끌어 갈 수 있다. 베키가 영입되기 전에도 사실상 그렇게 운영이 되어 왔다. 마찬가지로 줄스 자신을 대신할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고, 자신은 배당을 받으며 가족들과 즐겁고 부유한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두 사람은 일을 놓지 못할까? 결국 업무와 사업에 대한 열정과 의욕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한국영화 <리틀 포레스트>이다. 임용시험에 낙방한 주인공이 고향집에 돌아와 배고픔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내용이다.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 식품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도시 생활에서 염증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농작물을 길러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고, 친구들과 놀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겨울부터 다음 해 겨울까지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간다. 그리고 몇 달 후, ‘아주 정착’을 위해 내려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혜원이 ‘도시에서 일하느냐, 농촌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다. 그녀 인생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그녀의 대사 “가장 중요한 고민을 두고 그때 그때 열심히 사는 척 살아왔다.”에서 엿볼 수 있다. 

  휴가를 떠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 휴가는 탈진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자기 인생과 회사 생활을 잘 조율하기 위해, 생계 유지와 자아 실현 과정을 잘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연차 휴가는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다.      




 도움Tip ⑧  휴가를 잘 떠나기 위한 방법 

직장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은 원할 때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당사자가 휴가를 가도 대신 업무를 맡아줄 ‘대직자와 관계를 잘 맺었다’는 반증이다.  또 하나는 ‘연간 업무 흐름을 보는 안목이 있고 상황에 맞게 업무를 조율할 능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휴가를 떠났다 돌아오면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업무가 보이며 주변 동료들에게 더 감사하고,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선배나 동료에게 업무 휴지기를 물어보고, 휴가 일정을 구상한다. 조직 문화에 따라 7~8월 한여름에 전사적으로 휴가를 진행하는 회사도 있지만, 요즘은 개인에 따라 짧게 혹은 길게 휴가를 보낸다. 대강의 휴가 일정을 가늠하고 대체 근무자(대직자)와 소통을 한다. 

  둘째, 약식으로 업무 인수인계서를 작성한다. 미리 작성해두면 마음도 편하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이 인계서는 이후에 업무 매뉴얼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지시를 받아서 작성하는 매뉴얼과 휴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작성하는 매뉴얼은 그 내용과 깊이가 다르다. 

  셋째, 휴가가는 것을 알린다. 부서장에게 휴가 결재를 받고 나서 부서 회의 시간이나 간식 시간에 공유한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타부서 동료에게 알려 긴급한 사안을 미리 처리해둔다. 그래야 부재 중 업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줄이고 대직자도 덜 수고롭게 일을 할 수 있다. 

  넷째, 휴가 이후에 명확하게 인계를 받는다. 대직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되 분명한 인계를 받는다. 짧은 휴가는 구두로 괜찮지만, 3일 이상의 휴가는 서로 업무 메일을 통해 부재 상황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주고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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