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에브리원> 베키 with 동료 프로듀서 애덤
직원 고충 상담원
“사람이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일이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직원 한 사람이, 한 명의 구성원으로 바로 서 있으면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업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사 담당자에게는 직원의 고민이나 고충, 조직 내 구성원 여론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선·후배 동료들과 자주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고 속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만이 이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부서에 ‘허리’라고 불리는 초급 중간관리자(선배사원, 대리) 또는 중급 중간관리자(과장, 차장)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서무’라는 부서 내 직책이 있다. 서무는 부서의 일반 운영을 맡는 역할인데, 부서로 오는 문서의 수발신을 담당하며 부서 경비를 관리한다. 그런데 서무가 사무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부서와 기본 역할에 더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서무가 있는 부서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후자가 부서원끼리 소통이 더 잘 되고 활기가 돋는다.
직원 고충 상담원 업무를 맡았을 때, 선·후배 간의 업무 방식과 언행에 대한 갈등, 기획팀과 연구팀 사이에 사업 콘텐츠 주도권에 대한 충돌, 기획팀과 기술팀 사이에 예산 사용에 대한 반목, 내부 직원과 외부 협력자 간 태도에 대한 다툼 등 여러 갈등을 접했다. 때로는 토로하는 것에 만족하는 직원이 있었으며 관리자에게 ‘보고’만 되기를 바라는 직원도 있고, 정식으로 접수해서 고충처리위원회에 해결을 구하는 직원도 있었다.
업무 진행을 하면서 ‘개인은 다양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나이, 성별, 직위, 직무에 따라 견해 차이를 좁히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피로도도 상당했지만, 분명히 깨달은 것은 ‘갈등과 고충은 존재한다’는 것이며, 분명한 것은 ‘그것을 해결 또는 해소하지 않고는 사업과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
앞서 봤던 3편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인턴> <굿모닝 에브리원>에는 주인공의 고민과 고충을 들어주는 인물들이 있다. 패션잡지 런어웨이의 중역 ‘나이젤’, 쇼핑몰 시니어 인턴 ‘벤’, 방송국 프로듀서이자 남자친구 ‘애덤’. 그들은 그녀들의 업무 고민과 인생 고충 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그녀들이 정한 방향에 힘을 실어주며 지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굿모닝 에브리원>에서 구직자인 베키, 전설의 앵커 마이크, 시사 보도 프로듀서 애덤은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얼마 후, 신입 프로듀서가 된 베키는 그 만남을 계기로 애덤에게 ‘마이크를 섭외하기 위한’ 여러 조언을 구한다.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 섭외에 성공하고, 마이크의 ‘데이 브레이크’ 첫 방송 전날, 애덤의 스튜디오에 들린다. 그때, 애덤은 베키에게 묻는다.
애덤 : “혹시 마이크가 ‘브뤽라디(술 이름) 40년산’을 마시지는 않았죠?”
베키 : “대기실에서 마시던데요”
애덤 : “마이크는 흥미가 없는 보도를 앞두고 있을 때,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다음날 병가를 내곤 했어요”
베키 : “그가 어디 있을까요?”
애덤 : “일레인(바 이름)부터 가봐요”
그렇게 베키는 한 술집에서 마이크를 찾아내고 기어이 그의 집에서 날을 새며, 스튜디오에 함께 출근한다. 애덤은 선배 프로듀서로 대형 사고를 막아주는 핵심적인 조언을 해준 것이다. 이후에 연인 사이가 된 그는 그녀가 일 중독이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드는 휴대전화를 냉장고에 넣어버리거나, 자신의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짜증을 내는 그녀를 다독여 준다.
베키 : “당신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하잖아요. 2개월에 15분짜리 1편 제작해요. 우리는 하루에 15개 주제를 3분씩 다룬다고요”
애덤 : “그래도 쉬어야죠”
베키 : (한밤중에 일어나 TV를 보며 기사를 정리하는 중)
애덤 : “이 시간에 뭐하는 거에요?”
베키 : “미안해요. 산불이 났데요. 범인이 3주 전 방화 용의자와 같은 것 같아요”
애덤 : “음... 일하러 가요. 하고 싶은 걸 해야죠!”
그런데 일 중독인 그녀에게 깨달음을 준 건 바로 마이크와의 대화였다.
마이크 : “나한테 손자가 있어. 뉴스에서 잘리고 나서 안 봤지. 창피했어. 지금까지 이룬 것을 모두 잃고, 이런 프로그램이나 진행한다는 게. 그런데 사실 난 아버지로서 실패했지. 뉴스 잘리기 훨씬 이전에. 집에는 계속 들어가지 않고, 집에 있어도 계속 통화만 하면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 “이 얘길 왜하냐면 자넨 나보다 더해. 할 수만 있다면 방송국에서 살겠지. 결국 어떻게 되는지 알아?”
베키 : (마이크 응시)
마이크 : “결국 아무것도 안 남아. 내가 그랬지”
베키 : “잠깐만요, 지금 제게 따뜻한 말을 하시는 거에요?”
마이크 : “나도 이런 말 할 수 있어”
도움Tip ⑨ 동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업무 역량이 있는 것
[갈등 해결의 시작은 ‘대화’이다]
비영리단체 ‘공공의 창’(한국 사회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과자 ‘여론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목적사업으로 설립된 단체)에서 2018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갈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그 중 ‘직장 내 갈등’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직장생활에서 주로 누구와 갈등을 자주 겪는지’를 물었다. 응답자는 상사(22%), 동료(14%), 부하(6%), 타 부서(6%), 거래처(5%) 등의 순으로 응답되었다. ‘갈등이 없다’는 의견도 27%나 되었다. 그리고 갈등 대상은 하급자에서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많았다.
특이한 점은 연령과 갈등이 반비례한다는 점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갈등이 줄었들었다. 물론 높은 직급의 관리·감독 업무 특성상 별다른 갈등이 없을 수 있지만, 상사와의 갈등이 가장 높게 응답이 된 결과값을 기준으로 하면 ‘같은 상황에서 부하 직원은 이를 갈등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상사는 갈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갈등을 대처하는 유형에 대해 ‘나’와 ‘상대방(상급자)’으로 나눠 물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내가’ 취하는 갈등 대처 유형(순위)
① 양보(관계 중시형) :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좋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29%
② 타협(협조 절충형) : 적당한 선에서 원만하게 타협하는 편이다 26%
③ 대화(협동 해결형) :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이다 24%
④ 회피(현실 도피형) : 골치 아픈 일이므로 가급적 피하고나 미루는 편이다 11%
⑤ 강압(목표 추구형) : 어떻게 해서든지 내 주장대로 하려는 편이다 4%
‘상대방(상급자)’이 취하는 갈등 대처 유형(순위)
① 타협(협조 절충형) : 적당한 선에서 원만하게 타협하려 한다 30%
② 강압(목표 추구형) : 자기주장이 강해서 자신의 뜻대로 한다 27%
③ 대화(협동 해결형) : 서로 대화와 공감이 잘돼 문제를 해결한다 17%
④ 회피(현실 도피형) : 내가 문제 제기하면 다음에 하자고 대화를 피한다 12%
⑤ 양보(관계 중시형) : 상대방이 주로 양보해서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6%
자주 갈등을 겪는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순위)
① 타협(협조 절충형) : 제발 적당히 좀 하자 28%
② 대화(협동 해결형) : 우리 제발 대화 좀 하자 17%
③ 양보(관계 중시형) : 내 얘기도 좀 들어줘 16%
④ 회피(현실 도피형) : 너무 힘들어 나도 지쳤어 11%
⑤ 강압(목표 추구형) : 내가 뭐랬어 내 말대로 해 4%
우리에게는 대화를 통한 이해와 절충, 실행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업무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부서 운영 상의 불만과 불평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타인의 속내를 듣는 것만으로도 또는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선·후배 관계를 떠나서 동료로서 유대감이 생기며 업무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서로가 작은 구심점이 될 수 있을 때 업무 역량이 크게 발휘된다. 고민이나 고충 상담이란 무거운 이름이 아니라도, 일상의 대화나 면담이 관계와 업무를 조화롭게 만들고 성과를 만드는데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