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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Oct 07. 2021

내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 주제를 던져 놓고 정말 생각이 꽤 많아졌다. 나의 육아를 돌아보는 반성문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고민에 정신이 멍해져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러다가도 현실에 돌아오면 늘 그런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는 첫째를 낳아 기르면서 꽤 많이 힘들어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밖에 나갔다. 뭔가 쳐지는 기분이 들어 매일같이 아이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후우울증에 가까운 증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아이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그때는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 애 넷을 보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좋았던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다행히 나는 그 순간을 참 잘 견디며 보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육아 동지들과 육아 일상을 공유하고 또 그것에 공감하고 기대며 매일을 함께했다. 문화센터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주 함께 만나는 육아 동지들도 생겨났다. 아이를 빌미로 나는 달라진 일상에 점차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힘들었던 기억도 조금씩 잊고 어느새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나는 일하는 엄마였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매일 아침 눈뜨면 아이를 챙겨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이를 보내고 나면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나와 50분 정도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출근하면 내 업무를 보고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보다 이른 퇴근을 한다. 퇴근 후 어린이집에 가면 내 아이와 한 친구만 남아있다. 거의 매일이 그랬다. 큰애를 찾아 잠시 놀이터를 배외한다. 집 앞 카페에 들려 늘 마시던 바나나 주스를 사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씻기고 티브이를 켠다. 그동안 나는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 준비가 끝나면 티브이를 끄고 저녁밥을 먹는다. 식 후 간식과 함께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 시간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하며 잠이 든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보통 비슷한 패턴의 하루를 보낸다.


처음에는 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양육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경험이 없어서 일까?

밥도 스스로 먹고, 책 좀 읽어주다 보면 드라마 속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똑같이 침대에서 스르르 잠드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꽤나 다르고 고단했다.


첫째를 키우고 둘째를 임신했을 무렵부터 많은 고민이 생겼다. 육아서적도 종종 찾아보았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내 자식을 참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잘'이라는 말속에 정말 모든 의미를 최대치로 부여하려니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육아 동지들에게 물었을 땐 "우리도 그래! 애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허탈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더군다나 복직 후 아무래도 연락이 뜸해지다 보니 육아의 고충을 상담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는 역시나 말하지 않아도 나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책 한 권을 조용히 건네주셨는데 꼭 나에게 하고 싶으셨던 말이었나 싶을 정도 제목이 참 와닿았다. 그 이후로 틈만 나면 원장님과 상담을 꽤 많이 했다. 그래도 항상 나의 입장에서 또 전문가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러면서도 말 끝에는 늘 "어머님, 마음 이해해요! 잘 알아요! 어머님이 노력하고 계시는 것도 눈에 보이고요." 애쓰고 있다는 말과 함께 늘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계셨다. 지금도 그 모습은 눈이 선하다. 너무 애쓰지 말라는, 또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렇죠, 육아는 힘들어요... 저도 힘든걸요!"라는 말에 또 힘을 얻곤 했었다.

왜 그리고 전전긍긍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실수 하나에도 아이에게 큰 양향이 될까 무서웠다. 아무래도 처음이고 잘 몰라서 일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우연이 김미경 강사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어디서 듣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마 아빠를 보고 자라는 아이는 결국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부모가 완전히 변하지 않고서는 엄마 아빠와 닮은 모습으로 자란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정말 한 순간 혹은 고작 몇 번의 모습일 텐데, 평상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결국 내 모습으로 정말 단 몇 퍼센트의 차이를 두고 나와 내 배우자의  모습을 하고 자란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괜한 고민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육아를 좀 편안하게 생각한 것 같다. 결국 화를 내도 엄마의 모습이고, 웃고 있어도 엄마의 모습이고, 울고 있어도 엄마의 모습이고, 안아주고 있어도 그저 아이의 눈에는 같은 엄마의 모습일 뿐이다.


나는 그 이후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속에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특별한 건 없지만 평범하고 나름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냥 나 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실수를 하면 사과를 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자주 해주었다. 물론 화도 잘 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화를 내고서도 왜 엄마가 화가 났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싫고 좋다는 이야기도 서스름 없이 하기 시작했다.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육아에는 나 다운 평화로움이 찾아왔다. 극히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난 그렇다.


그렇기에 그저 난 평범하고 인생이 나름 행복하고 또 즐겁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이들도 어느새 청소년 시기를 거쳐 또 금세 어른이 되어 나에게 손주를 안겨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릴 때는 하루가 참 길다고 느낀 것과 달리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매일이 이제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매일이 아쉽다.


글씨 좀 틀린다고 불행해지지 않는다. 덧셈 좀 틀린다고 불행해지지 않는다.

받아쓰기를 30점 받아와도 결국 속상해하는 건 엄마 마음뿐이다.

아이들 여전히 친구들과 웃으며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논다.

나 어릴 적 모습을 추억한다.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웃음이 난다.


최근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김소영 님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는데 어린이들의 외투를 입고 벗는 일을 돕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사소한 일에서도 꽤나 따뜻한 감정이 드러난다.

자연스럽고도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잘 그려져 마음이 콩닥거렸다. 특히 상대의 어린이를 불편하게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아쉬움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건넨 말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건 네가 언젠가 좋은 곳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대접을 받았으면 해서야. 어쩌면 네가 다른 사람한테 선생님처럼 해 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 이거 연습해 보자."

이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작은 행동에도 배려가 느껴진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말하기를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의 있는 어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순간 이 부분의 내용이 담긴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결국 내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딱 정해 졌다.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나기를 바라본다. 그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내어줄 수 있는 손은 너의 몫이기도 하니 세상을 좀 더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내가 아이에게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여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야겠다는 생각과 엄마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덤으로 보여줘야 하니 내 어깨가 조금은 무거워진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같이 사랑한다 나의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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