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정말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한 장 한 장이 술술 읽혔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아이들이 주는 용돈이나 내가 마련해 놓은 노후자금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동네에 서너 살 즘은 맘먹고 친구 하면서 화투도 치고 다들 집 냉장고에 한 덩이쯤은 꽁꽁 얼려 놓은 떡을 다시 쪄 들고 모여 앉아 도란도란 자식 이야기에 손주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할머니란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고속 열차처럼 머릿속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이 할머니가 꽤나 당황스러웠다. 나이 70에 유럽 여행이라니?
힘든 몸을 이끌고 설악산 단풍구경 가기도 벅찼을지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저자의 글을 곱씹어 읽어 보았다. 그리고 순간 "내가 몇 살이더라? 아! 나 마흔이구나..." 작은 숨비소리처럼 속마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일흔이라는 나이가 되기까지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책 속의 할머니는 병원에서 영양제도 맞고 관절약 소염제 파스 등을 챙겨 떠날 차비를 하신다.
여행에 필요한 예약도 손수 서툰 솜씨로 자신을 위한 여행 준비에 온 힘을 쏟아붓는다.
나이 60이 넘고 70이 넘어도 새롭게 알고 깨달아가는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책을 다 덮는 순간까지 '이 작가님 되게 멋있구나!'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나이 일흔이 넘도록 꾸준히 책을 읽고 계신다. 꾸준히 여행을 하고 꾸준히 일을 하고 계셨다.
괜히 멋진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는 게 아니었다.
65세 나의 직업이라는 제목을 적는 순간, 김원희 작가님의 책부터 떠올랐으니 어쩌면 나의 미래의 로망은 이 작가님 인지도 모르겠다.
배우 이하늬가 발리에서 요가 수업을 하게 되는 영상을 우연히 본 적 있다. 그때 엄청 신이 난 표정으로 말한다.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그렇다. 결국 난 어떠한 직업을 갖고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한 나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올해로 73세, 여전히 나는 여행을 꿈꾸고 있고 곧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 작가님처럼 나는 여전히 여행을 즐기고 산책을 즐기며 살고 싶다.
책도 여전히 보고 싶고 시도 쓰고 글도 쓰고 싶다. 봉사활동도 하고 여전히 즐겁게 살고 싶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의 '직업'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찾아보도록 앞으로 남은 24년을 꾸준히 밟아 나아가야겠다.
많든 적든 그때 내가 번 돈으로 우리 영감 맛있는 곶감이나 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