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친구들이 종업식을 앞두고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달 한 모양이다.
우연히 필통을 뒤져 보다가 뭉치로 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는데 메모의 내용은 다양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 반, 의외의 모습 반으로 메모지 안에 비뚤빼뚤한 글씨들로 채워져 있었다. 메모를 몰래 훔쳐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발표를 참 잘한다고 되어있었다.
집에서는 큰 목소리 때문에 조용히 하라고 자주 꾸짖었는데 오히려 큰 목소리로 발표를 잘한다 그리고 발표할 때 목소리가 커서 잘 들린다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달리기를 잘한다고 여러 개 적혀 있었다. 참 재미있어. 넌 웃겨! 등등의 비슷한 글도 많이 있었고 항상 잘 웃는다는 메모도 있었다.
내 아들이 늘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구나 생각하니 흐뭇해졌다. 친구들과 잘 지낸다거나 인사를 잘한다는 말도 참 좋았다. 장점들로 가득한 메모지라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다들 친구들에게 장점을 하나씩 적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눈 이야기 겠꺼니 생각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점들이 친구들 눈에 이리도 가득하다고 생각하니 어깨 한가득 힘이 솟아나고 입꼬리는 전혀 내려 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더 미안해졌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늘 다그치고 혼을 냈다.
이렇게 잘하는데 얼마나 더 좋은 모습을 보겠다고 그리 아들을 몰아세웠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믿어주면 그만인 것을 내가 참 부족한 엄마였구나 싶다.
'아들! 엄마 좀 나갔다 올게'라는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부모는 그저 믿으면 된다. 의심하지 않고 의심하는 티를 내지 않고 믿자. 믿음대로 아이는 움직인다.' 이 글이 다시 문득 스치며 소박한 내 믿음에 창피함이 몰려왔다.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
"아들? 이 메모지 뭐야?"
"아, 그거 친구들이 써 준거야!"
"근데 여기.... 넌 참 공부를 잘해!라고 적혀있네?"
"어! 잘하니까 잘한다고 했겠지?"
"너 공부 잘하니?"
"잘하는 편이야, 학교 공부는 좀 쉽거든!"
"집에서 하는 건 어려워?"
"응 좀... 그런 거 같아! 학교에서는 나 공부 잘해!"
집에서 하는 학습지나 영어학원 숙제가 다인데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은 당당하게 말했다.
"지우는 여기서 어떤 메모가 제일 마음에 들어?"
"나? 음... 나 이거! 나 인사 잘하잖아..."
그렇다 지우는 '넌 인사를 참 잘해!'라고 적힌 메모지를 들어 보이며 책상 앞에 떡 하니 붙여놓았다.
왜 붙이는지 궁금했지만 질문을 하기 전에 대답을 이미 내뱉었다.
"난 정말 인사를 잘하니까, 앞으로도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 잊지 않으려고 여기다 붙여야지!"라며 흐뭇해했다.
"여기에 좋은 글이 꽤 많네, 지우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잘 지내나 봐!"
"어 나 학교 가는 거 좋아하잖아,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고 좋아!"
그러면서 코로나의 아쉬움을 더 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몇백 배는 더 즐거웠을 아들의 학교 생활이 무척 안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자기 다움이라는 게 있는데 주변 틀에 나의 시선에 아이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와는 또 많이 달라진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어릴 때부터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생각하다 결국 그만두고 싶어 하는 영어학원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학교에서 진도 나가기 힘들면 이야기하겠지, 다른 방법을 찾겠지.' 그게 내 마음의 답이었다.
공부를 손 놓을 수는 없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향해 조금은 다가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저 많은 내 아이의 장점들을 오래도록 품고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
나도 앞으로 내 아이의 장점을 끝없이 바라볼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