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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Feb 25. 2022

시작

5시 새벽 기상은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다 정말 일찍 잠에서 깬 컨디션 좋은 그런 날을 제외하고는 나의 최대치는 6시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이것도 여럿이 힘이 되어 도전한다고 생각하니 이미 그 시작은 열렸다.


우습게도 새벽 1시 20분부터 '알람이 왜 안 울리나'하는 마음으로 잠을 설쳐 댔다. 그렇게 며칠을 깬 듯 만듯한 모양새로 누워있다가 4시 5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 이어폰을 끼고 차도 한 잔 준비해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참여한 챌린지 덕분에 새해 아침을 일찍 열었다.


매일 아침 좋은 말들도 하나씩 주워 담았다.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돕게 하라'는 말은 나를 조금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아침부터 일어나 좋은 이야기도 듣고 짧은 챌린지 시간 동안 책을 보았다.

그리고 쭉 나의 하루, 나의 시간을 채워 갔다.


얼마 전에 한 피드에서 스치듯 이런 글을 보게 되었다. '그냥 하면 돼요, 꾸준히'

사실 말이 쉽지 난 항상 저 꾸준히에 사래가 들린 듯 헛기침을 뱉고 만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기가 참 쉽지 않다. 그러나 새해에는 습관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한 해든 한 달이든 혹은 하루든 꾸준히 무엇이든 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큰 다짐을 해 본다.  

그렇게 14일을 보내고 한 달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꾸준히라는 것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쏟아부었던 2021년의 연장선에서 계속 나를 다독였다.

예전 같으면 "아 그래 그냥 자! 어차피 어제도 못 일어났잖아..." 하며 다시 누워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어나 나의 할 일을 꿋꿋이 해 나갔다.

그 덕에 책도 많이 읽었다. 지금 까지 나에게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8권의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내심 뿌듯해했다. 이 마음은 꽤나 설레는 일이었다.

역시 시작이 없었다면 몰랐을 일이라 생각해 본다.


두 번째 챌린지도 도전했다. 두 번째라 그런가 마음은 조금 더 여유로워졌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수월해졌다. 그리고 이번 달은 새로운 도전을 해 보았다. 나의 챌린지 미션은 '모닝 페이지'였다.

모두가 모닝 페이지를 예찬할 때 나는 아직 시작해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모든 것에 의심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이 것이 내가 사는 것에 의미가 될까? 혹은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도움이 될까? 또는 나의 인생을 전화하는 계기가 될까?

많은 의심을 품고 모닝 페이지를 시작했다. 사실 이제 열흘 정도 채워진 모닝 페이지를 보면 글씨로 빽빽이 들어 찬 노트가 그냥 뿌듯하긴 하다. 한 달쯤 채워졌을 때는 그 마음이 어떨는지 짐작은 간다.


작년 1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추천받아 보았지만 결국은 다 보지 못했고 해 볼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A4용지의 3페이지를 채워야 한다는 말에 그냥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흥겨운 온라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이 기록하는 모든 것을 맘먹고 찾는다면 수백 개, 수천 개의 피드들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았다. 다들 그 작가의 말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A4용지 한 장 정도만 꽉 채운다거나 아니면 작은 노트로 3페이지를 채운다거나!

결국은 나와 같은 생각인 것이다. "이걸 어떻게 채워? 토 나오겠는데..."

모두의 생각은 비슷하나 나는 그 생각을 꺼내자마자 '포기'를 했고, 성공한 다른 사람들은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결국 나도 그 사람들의 방법을 보고 배움으로써 내 것으로 만들기를 시작했다.


불렛 저널이라 칭하는 나의 다이어리를 쓰다가 결국은 채워 넣지 못 한 날도 물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다이어리를 아무런 감정 없이 북 뜯어 버렸거나 새 다이어리를 사서 한 달 가까이 채웠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채워 넣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는 그랬으니까!


찢을지 말지를 고민하면서 나는 또다시 그 세상에 문을 빼꼼 열어 본다.

그 속에서 나의 시작에 작은 힘이라도 얻고자 연료들을 찾아 나는 방황한다.

결국 몇몇의 기록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다가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다. 다들 어느 한 부분의 기록이 빠져 있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은 일주일을 비워둔 페이지를 그냥 넘겨 두기로 했다.


다들 오늘 못했으면 내일을, 또 이번 주를 못 채웠으면 또 그다음 주에 채워 넣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들 그들만의 이유는 있었다. 바쁘다거나 아프다거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하지만 모두가 거기에 강박을 두고 사는 건 아니었다. 그냥 오늘을 비우더라도 결국은 다시 기록을 한다. 그렇게 채운 기록들이 4년이 되고 5년이 되고 7년이 되고, 일상이라는 기록에 나도 조금은 여유로워 지기를 선택해 보려 한다.

나를 바라봐줄 그런 여유로움 하나 없이 기록을 하려고 했으니 결국 난 서 너 달도 채우지 못하고 넉다운이 되어 포기라는 이름표를 달고는 링 위에 벌렁 드러누워 버린 꼴이다.

그렇게 채우지 못한 다이어리는 연중행사처럼 꼬박 한 해를 보내고 나서야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다.


나도 살면서 일 년 동안 다이어리를 한 번도 채워본 적 없고, 불렛 저널이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작성해 본 적도 없다. 그냥 나에게는 이것이 나의 시작이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결국은 이렇게 저렇게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내 다이어리는 정말 더럽기 짝이 없다.

이펜을 써볼까? 저 펜을 써 볼까? 이렇게 써볼까? 저렇게 써볼까? 이런 것도 넣어 볼까? 이건 다시 빼볼까?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그 고민들에서 매일 다른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내심 웅장하게 맞닥뜨린 시작은 나에게 정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아무래도 생각의 전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버렸어도 족히 4권을 버리고 다시 샀을 내 노트와 다이어리가 함께 하고 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그냥 일단 기록하자!'라는 생각으로 나의 2월도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 한 2년 뒤 즈음에 채워진 나의 노트들을 열어 보고 있을 나는 나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꺼내 보여 줄지 참 궁금해진다. 그 기대감과 설렘으로 나는 매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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