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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30. 2020

요가하는 해파리 23

청학동 이야기, 넷.

구름이, 구름이 참 잘도 흘러간다. 허허. 한참을 열심히 올라가다 말고 서서, 나는 위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청학동 지리산 산속. 파랑 하늘을 에워싸고 있는 초록 나뭇잎, 초록 나뭇잎, 초록 나뭇잎. 초록의 분량이 파랑의 분량보다 더 많아서 하늘은 조그맣고 동그랗다. 그 동그라미 안에서 잘도 흘러가는 구름을 좇는 나는 거의 실성에 이를 지경이다. 구름이 참 잘도 흘러가네. 허허. 그리고 마지못해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부당하다.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청학동 규정이 있고 체면이 있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이런 꼴로 지리산 정상이라니. 이런 꼴이 어떤 꼴이냐 하면, 고무신을 신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이렇게나 무거운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건 꼴을 말하는 것이다. 헉헉. 나,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단 말이다. 헉헉.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됐을까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먼데, 이런 불편한 꼴로 등산을 하자니 몸은 진작에 지쳐버렸고, 자칫 잘못하면 넘어져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는 내내 긴장 상태였다. 나는 말이다. 다시 태어나면 돌멩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몸 쓰고 머리 쓰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가마니 마냥 가만히 앉아서 하늘이나 보면서 살고 싶은 사람인데, 고무신을 신고 등산이라니 이것은 내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나무 그늘이 있어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니 무지하게 더웠다. 등에서는 땀이 줄줄, 아까부터 목 부분의 피부가 따끔따끔한 까닭은 분명히도 이 무식하게 무거운 카메라 때문이겠지. 나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 부분만 빨갛게 부어올랐을 것이란 걸 안다. 입에서 욕을 한바탕 쏟아내고 싶은 걸, 나는 도로 꿀꺽 삼켰다. 그게 벌써 수만 번째.     


  “야, 해 봤냐?”     


불쑥 뒤에서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오려던 욕을 또 꿀꺽했다. 그러니까 왜냐하면, 지금 내 앞뒤로는 아이들이 양 떼처럼 우르르 산을 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무리 술렁술렁 불량 예사라지만 얘들 앞에서 욕설을 퍼붓는, 그런 품위 없는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아니올시다. “같이 가!” “예사님 얼마나 더 올라가요?” “뛰지 마라!” “예사님 쟤 좀 보래요~” “이거 봐라!” “누구 물 있는 사람?” “조심해!” “내가 먼저 간다!” 이렇게나 많은 얘들 있고 담당 예사들이 있는데 절대 그럴 수 없는 노릇이다.      


청학동 서당에 아이들이 온 지 꽤 됐다. 얼마나 머무는지를 기준으로, 나이를 참고하여 아이들은 각각의 반과 담당 예사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청학동 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체험 가운데 지리산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그중 하나인데, 나는 아이들 사진을 담당한 예사이니 같이 올라가는 것이 마땅한 터. 하지만 등산이고 사진이고 다 좋은데, 고무신하고 치마라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여기에 머무는 얘들이 적은 수가 아닌데 이 짓을 몇 번이나 해야 한다는 건지. 항의할 테다, 반항할 테다, 배 째라고 드러누울 테다, 속으로 투덜투덜하며 나는 열심히 열심히 이 바위 저 바위 사이에 발을 디뎠다. 물기 있는 바위들, 쌩쌩 날랜 몸짓으로 앞다투어 올라가는 아이들, 초록색, 갈색,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여름 햇살. 온 산에 꽉 찬 흙냄새 물 냄새를 맡으니, 입은 삐죽 나왔어도 중간중간 기분이 풀어져 나는 배시시 웃고 만다. 헤헤.     


  “그거 할 때, 기분이 아주, 아오.”     


야, 그거 해 봤냐? 라고 말했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애가 무언가 얘기하며 감탄하는 소리였다. 나는 귀를 쫑긋했다. 여기 청학동 서당은 16살까지만 받았으니 나이는 많아봤자 중학생 정도겠다. 나는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남자애 무리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들이 하는 얘기에 나도 모르게 집중했는데 사내 얘들이라 그런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입이 거칠다.      


그래도 떠드는 소리가 아주 신이 난 목소리기에 무슨 얘긴데 그리 좋아서 흥분했나 궁금해진 거라. 몰래 엿듣기로 작정하고 올라가는 속도를 슬쩍 늦추었는데 겉으로는 덤덤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무지하게 애를 썼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나중에 가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죄다 듣고 말았는데 대화 내용이 너무너무 야해서 나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래,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지. 건강한 사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그래,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발랄하게 산을 타는 얘들 모습도 좀 찍고, 몇몇 얘들 모아다가 안 친해도 친한 척 해보라고 한 다음에 찰칵 찍고, 이래야 하는데 하기는커녕 온 정신이 뒤에 가 있었다. 이야기는 점점 강도가 세지고 마지막 정점을 찍으려는 찰나,      


  “어맛!”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미끄러운 바위를 밟고 삐끗하고 말았는데 뒤에 있던 얘들도 놀랐는지, 어어어! 이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예사님 괜찮으세요?”     


그렇게 뒤로 넘어질 뻔했던 것을 그 목소리 주인공 얘가 뒤에서 잡아주어 간신히 살았다. 하마터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기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 어 괜찮아. 비틀비틀 몸을 추스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는데 애쓰면서 창피한 꼴을 보였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괜찮으니까 너네 먼저 올라가. 나는 그 남자애들을 얼른 먼저 보내버렸다.      


다 이게 이놈의 고무신 때문이야. 썩을 고무신. 털썩 주저앉아 나는 모든 죄를 고무신 탓으로 돌렸다. 쟤네들은 내가 보이지도 않나? 하려면 나 없는 데서 자기들끼리 할 것이지 왜 내가 있는데 그런 얘기들을 하고 난리야. 아우, 신경질 나네. 이렇게 얘들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하늘, 구름이 참 잘도 흘러간다. 허허.    

  

   “아- 힘들어.”   

  

그런 일까지 있었으니 오늘 지리산 산행은 정말 힘들었다. 기운이 쫙 빠져서는 나는 서당 빈방에 벌러덩 누웠다. 나 혼자였고, 방은 조용했고, 나는 쪼르륵 놓인 아이들의 알록달록한 가방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멍하니 쳐다보며 생각했다.     


지금쯤 이서당에서는 서예를 하고 있고, 일서당에서는 사자소학을 외고 있겠지. 둘 다 지겹도록 찍어대긴 했는데... 또 찍어? 말어? 에이, 몰라, 오늘은 이만 지리산을 끝으로 끝내자. 나 여깄는 거, 훈도님들은 모를 테니 숨어서 낮잠이나 자야지. 모기장으로 막은 네모나고 조그만 창문, 솔솔 들어오는 부드러운 바람결,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예사님, 주무세요?”     


아니요! 빠르게 도리질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보니, 예사 하나가 여자애 하나, 남자애 하나를 데리고 서 있었다. 얘들이 아프다고 해서요. 라고 예사는 말했고 잠깐 아이들이 여기에 있어도 되냐며, 내게 허락을 구하는 듯 내 의사를 물었다. 안 될 것이 없었기에 나는 자리를 비켜 아이들이 누울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편히 쉬기는 글렀네. 나는 그 예사가 방을 나가자마자 도로 벌렁 누웠다. 그런 나를 빤히 보더니 두 아이가 쪼르르 내게 다가와 앉았다. 이런, 귀찮게 됐다. 못 본 척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랬지만, 아이들이란, 곁에 있는 어른을 가만두지 않는 법이다. 예사님. 하고 여자애가 나를 불렀다.   

   

  “왜?”     


나는 얘들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 오는 얘들 거의는 자기가 오고 싶어서 오는 얘들이 아니었다. 매주 새로운 아이들이 오는데, 청학동 입소식날이면 눈물바다도 그런 눈물바다가 없다. 엉엉, 우는 수준이 대성통곡이다. 그렇다고 절대 봐주는 일이 없기에, 담당 예사들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아이들을 엄하게 대하며 눈물을 그치도록 했다. 나는 뒤에 서서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곤 했는데 처음에는 안쓰러워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귀에 MP3를 꽂은 채 그러려니 방관자의 눈을 하고 구경을 했다. 물론 MP3는 훈도님들 몰래 였고. 그렇게 난 늘 삐딱한 예사였다.     

 

  “거기서 한숨 자. 자면 나을 거야.”     


나도 어렸을 때 그랬다. 으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신세가 되면 갑자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그랬다. 그렇게 꾀병을 부려서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고 했었다. 핑계를 대는 짓은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분별력이 있는 어른은 아프다는 단순한 핑계 말고 좀 더 그럴싸하고 계산적인 핑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 둘 다 비겁하기는 똑같다. 그리고 나는 그런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생기는 나약한 비겁함이 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사님도 아파요?”     


하아. 시작되었다. 이 아이들은 나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안 아파. 나는 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너네, 잘 생각이 없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상대해주기로 했다.      


  “너, 아프다며? 어디가 아픈데?”     


  “여기가요.”     


말하는 여자애가 자기 팔을 보여줬는데 아무리 봐도 멀쩡했다. 스윽, 의심의 눈초리로 아이를 쳐다봤더니 진짜라고 했다. 진짜로 여기가 아프다며 자기 팔꿈치가 내게 잘 보이도록 보여줬다. 아이는 내가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바세린을 꺼내 아이에게 발라주었다. 이게 뭐예요? 묻기에, 만병통치약, 이라고 대답해줬다. 됐지? 나는 씩 웃었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는 배가 아파요.”     


배가 아프다는 남자애는 생김새가 참 귀 티 나게 생긴 아이였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생김생김이 잘 생겼는데, 이렇게만 자라다오, 하는 얼굴이었다. 아이는 자기가 초등학교 4학년에 이름이 ‘태양’이라고 했다. 배? 배가 왜 아픈데? 물었더니 여기 음식이 맞지 않는단다. 하긴, 여기 음식은 늘 풀떼기라 나도 별로였다. 나는 동의한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배가 아프다는 태양이는 배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말이 참 많았다.      


  “여긴 심심해요.”     


  “심심하지. 나도 심심해.”     


  “예사님은 여기서 살아요?”     


  “응.”     


  “그럼 진짜 심심하겠다. 예사님 엄마아빠는요?”     


  “없어.”     


여기서 태양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눈은 필시 나를 고아라고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없어. 여기 청학동에 없다는 의미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정말요? 여자애가 그렇게 말하고, 에이 거짓말, 태양이가 그렇게 말했다. 응, 정말. 나는 일부러 얼굴에서 표정을 삭 지워버렸다. 


  “왜요?”     


  “원래 없었어.”     


이런 식으로 대충 대답하니 두 아이 다 잠시 말이 없었다. 착 가라앉은 방 분위기, 뭔가 귀찮아진 나는 모로 누워 머리를 받히고 태양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꽤 충격을 받았으니 이제 나를 내버려 두겠지. 하품하며 잠이나 잘까 하려는데, 태양이가 이어서 말했다.     

 

  “예사님 다음 주면 우리 부모님이 저를 데리러 올 거예요.”      


  “그래? 좋겠네.”     


  “그때 예사님도 같이 가요.”     


  “가면? 나는 어디서 자?”     


  “우리 집에서요. 내가 엄마아빠한테 말해 줄게요.”     


찡- 나는 약간 감동했다. 동시에, 아이들은 참 단순하구나,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너네 집에 가면 안 심심해? 라고 물었더니, 갑자기 태양이 얼굴이 밝아졌다. 집에 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또 자기는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얘기를 쭉 들어보니 학원도 여러 군데 다니고 있는 듯했고, 사는 동네도 들어보니 좀 산다는 동네에, 취미는 골프라고 했다. 어쩐지 얼굴에 귀 티가 난다 했더니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것이다. 나는 태양이가 신나서 떠드는 것을 잠자코 들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태양아.”     


  “네?”     


  “우리 결혼할래?”    

 

말하면서 씩 웃었다. 아이가 어떻게 나오려나 반응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재밌어하며 대답을 기다리는데 아이가 대답이 없었다. 음.......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는데 그것은 곤란해서 고민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생각을 마친 태양이가 말했다.      


  “예사님 나랑 결혼하려면 그만한 수준이 되려나 모르겠네.”     


모르겠네- 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말투였다. 뭐? 나는 받히고 있던 손에서 머리를 떼었다. 떼고는 얼빠진 얼굴로 눈을 깜빡깜빡했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태양이가 친절하게 설명에 들어갔다. 자기랑 결혼하려면 어때야 하고 어때야 한다며,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그 똘똘한 눈으로 얘기를 했다. 허허. 녀석. 나는 태양이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새겨들었다. 어째 좀 슬퍼지려고 했다.     


  “됐어. 나도 너랑 결혼 안 해!”     


콩알만 한 게 잘난 척하기는. 아까는 부모님한테 잘 말해서 자기 집에서 재워준다더니. 결혼하자니까 그건 또 아닌가 보지? 어쩐지 자존심이 상해서 톡 쏘아붙였더니, 싫음 말고요, 말하면서 태양이가 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너, 배 아픈 거 뻥이지? 너네 예사님한테 이른다. 심술이 나서 이렇게 협박했다.      


  “진짜에요!”     


  “웃기시네. 거짓말인 거, 다 알아. 너, 거짓말하면 여기에 일주일 더 있어야 한다?”      


  “진짠데.......”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무는 태양이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차오르더니 결국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다음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내고 말았네. 졸지에 애를 울리고만 나는 바닥에 이마를 쿵, 하고 박았다. 예사님 얘 울어요. 그렇게 말하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아. 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 법을 모른다. 엉엉, 태양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소리를 듣고 아까 왔던 예사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이가 왜 우냐는 의미가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배가 많이 아프다네요.”     


그럼 저도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좀. 그렇게 말하고 얼른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 고무신을 꺾어 신고 마당을 가로지르는데 멍멍이가 또 나를 보고 짖었다. 쟤는 나만 보면 저렇게 짖어댄다니까. 고무신을 벗어 확 던져버릴까, 홧김에 생각했지만 진짜로 하지는 않는다.      


아- 심심해. 나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이서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에 가면 훈장님이 있고 훈장님한테는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저녁나절, 저렇게 보랏빛이 도는 하늘을 매우 좋아한다. 아래에는 노을이 기다랗게 깔려있고, 옆에서 졸졸 따라오던 멍멍이가 껑충하더니 풀밭에서 뒹군다. 빨리 와, 안 그러면 떼놓고 갈 거야. 앞서 걸어가면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구름이 참 잘도 흘러간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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