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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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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Mar 24. 2022

왔다, 일상의 맛! _ 양배추

양배추 한 통으로 즐기는 촉촉한 맛

기술이 좋아지면서 제철이 뚜렷하던 우리의 식탁이 1년 365일 만나볼 수 있는 식재료들로 훨씬 풍성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양배추는 12월이 제철인 식재료이지만 항상 마트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자취생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식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크기에 비해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식재료이기도 하고, 또 다른 채소들에 비해서 보관기간이 긴 식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양배추를 사다 놓고 나면 닭갈비나 제육볶음을 할 때 부재료로 사용할 때나 전자레인지에 쪄서 쌈을 싸 먹는 것 말고는 어떤 음식을 해 먹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양한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구매하지만, 막상 구매하고 나면 어떻게 털어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식재료, 그 재료가 바로 양배추다.


사실 개인적으로 양배추는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게 하는 좋은 식재료 중에 하나이다.


할머니는 1/8로 자른 양배추를 찜기에 넣고 가운데에는 된장을 넣어 함께 쪄주셨다. 찐된장과 함께 먹는 양배추쌈은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나게 한다. 노량진 학원가로 공부를 하러 다니던 시절 달걀물과 양배추를 얇게 부쳐 낸 후 설탕과 케첩을 바른 식빵 사이에 넣어 만든 양배추 토스트는 열정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나를 기억나게 한다. 치킨집에서 얇게 채 썰어 마요네즈와 케첩을 곁들인 샐러드, 일명 사라다는 아빠가 퇴근길에 누런 종이봉투에 포장해오시던 옛날 통닭을 기억나게 한다. 이런 추억들이 생각나서 그런지 양배추는 양파, 당근, 감자, 달걀과 함께 항상 자취생인 나의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좋은 친구다.




| 양배추와 냉장고를 동시에 털어버리는 양배추전

구하기 어렵지 않은 만만한 식재료여서 그런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양배추를 참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 썬 양배추에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서 우리나라 부침개 스타일로 부쳐먹는 오꼬노미야끼도 그렇고 다진 돼지고기를 채워 넣은 후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캐비지롤의 경우 음식을 다루는 일본의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들이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양배추를 채로 썰었다. 사실 전을 부칠 때는 정해진 재료가 없으니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을 꺼내어 털어내면 좋다. 오꼬노미야끼 스타일로 밀가루 없이 달걀만 넣어 부쳐 낸 양배추전은 냉장고 털이에도 참 적합하고, 남아있는 양배추를 털어내기에 안성맞춤인 메뉴다. 당근을 넣어 불그스름한 색을 더해도 좋고, 양파를 넣어 달큰한 맛을 더해도 좋다. 새우나 오징어를 넣어 씹는 맛을 더해도 좋고, 통조림 옥수수를 넣어 톡톡 터지는 달콤함을 더해도 좋다.


채 썬 양배추에 후추를 굵게 갈아 넣고 소금 한 꼬집과 달걀을 깨서 넣었다. 사실 이렇게만 하면 달걀이 양배추를 뭉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따로 가루(밀가루, 부침가루, 전분 등)를 넣지 않아도 반죽을 완성할 수 있다. 달걀이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강한 불에서 조리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최소화하고 싶거나 건강을 위해 글루텐프리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딱이다.


중간 불에서 빠르게 부쳐내면 양배추 본연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려서 전을 부칠 수 있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부쳐내면 숨이 죽어 부드럽지만 단맛은 더욱 살아있는 전을 부칠 수 있다. 나는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른 후 반죽을 놓고, 슬라이스 체다 치즈 한 장을 얹은 뒤 다시 얇게 반죽을 덮어 부쳐냈다. 슬라이스 체다 치즈가 녹으면서 만들어내는 간기와 고소한 풍미가 냉장고 속의 양배추를 털어내기 더할 나위 없이 딱 좋은 메뉴다.


| 아삭아삭한 샐러드로 즐길 수 있는 콜슬로우샌드위치

요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를 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여 주인공으로 나오는 김태리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리틀 포레스트도 참 좋아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이 콜슬로우샌드위치다. 채 썬 양배추를 마요네즈를 버무려 만든 샐러드라고 설명하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콜슬로우는 양배추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요리이다. 양배추를 채 썰어서 바로 마요네즈에 버무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소금에 한 번 절인 후에 콜슬로우를 만든다. 소금에 한 번 절여 물기를 꽉 짜낸 다음 만든 콜슬로우는 샌드위치로 만들어도 양배추 본연의 수분이 덜 나오고, 아삭한 식감과 꼬들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양배추는  썰어서 소금에 절여뒀다.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달걀을 완숙으로 삶았다. 콜슬로우에 삶은 달걀을 으깨서 넣으면 양배추가  뭉쳐져서 샌드위치로 만드는 것이 수월해진다. 물론 크리미한 식감과 고소한 맛은 덤으로 얻을  있다. 소금에 충분히 절여진 양배추는 물기를  짜내고 으깬 삶은 달걀과 마요네즈, 후추, 설탕을 넣어 버무렸다.


다른 재료들을 추가해서 샌드위치로 만들어도 좋지만, 그냥 식빵에 이렇게 완성한 콜슬로우만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도 충분하다. 흰 우유 한 잔을 곁들이면 완벽한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아삭함과 달큰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양배추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아 넣은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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