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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ee Apr 24. 2020

#25.쿠알라룸푸르 6 :KL Sentral, 모노레일

센트럴 쇼핑몰 가는 길 안내해 준 현지인과 오랑 아슬리 원주민

박물관에서 KL Sentral 가는 길

 KL Sentral을 가려고 나선 문이 하필 박물관의 서쪽 출입구였다. 폰의 지도로는 도보 10여분으로 나오니  걸어갈 요량이다. 그러나 박물관을 벗어나자 인도는 사라지고 금세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건물은 바로 코앞인 듯한데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건너라고 이렇게 길이 인도를 내주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 지도를 굳게 믿는 나는 계속 전진하는데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오는 부녀지간인 듯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피부가 그야말로 새카맣고 외모가 좀 특이하다. 문득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오랑아슬리가 떠올랐다.

말레이의 최초 원주민 오랑 아슬리는 동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들의 실상을 짧게나마 보고 나서 그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도 박물관 전시물을 통해 접했고 이 곳 국립 박물관에서도 그들과 관련된 전시물을 보았다.


말레이 원주민 오랑 아슬리(Orang Asli)

최초로 말레이시아 지역에 호모 사피엔스가 거주한 것은 약 6만에서 4만 년 전으로, 초기 정착민은 모두 오스트랄로이드계였다.
이후 약 기원전 4,300–3,000년 무렵에 중국 남부에서 발원한 오스트로아시아어족 언어 집단이,
약 기원전 2,000–1,000년 무렵에는 중국 남부 및 타이완섬에서 출발한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언어 집단이 말레이 반도와 보르네오 북부에 도래했다.
그들 3집단은 적당히 동화되어 현재까지도 존재하며 이들을 오랑아슬리 혹은 오랑 아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말레이인들은 이들을 오랑우탄 비슷하게 야만인이나 짐승 취급했으며 노예로 만들거나 살해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현재 말레이반도(서 말레이시아)에는 대략 93,000여 명의 본토 원주민 자손들인 오랑아슬리들이 있다. 도시 생활하는 오랑아슬리들도 소수 있지만 여전히 정글에서 조상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파항(Pahang)주의  최대 정글 국립공원 내에는 오랑 아슬리들이 살고 있다.
오늘날 이들은 또 다른 위협에 처해 있다. 숲에서 사는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벌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수출 효자 상품 목재 채취와, 이로 인해 유일한 터전을 뺏기는 원주민 오랑아슬리들의 생존권은 상충된다. 어디 파항주뿐이겠는가? 향후 이런 일들은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걱정된다.
목재 수입국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인은 점점 더 많은 삼림자원을 소비하는 추세라는 게 큰 문제라고 한다.

뉴질랜드 여행 중, 버스 운전기사는 매번 도시를 지날 때마다 가이드 방송을 하는데 뉴질랜드 원목 주요 수출국으로 우리나라를 거명했다. 나라 규모에 비해 높은 우리의 소비수준은 지향점인가? 지양점인가?


이분들이 정말 오랑 아슬리인지 혹은 남부 인도 드라비다 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말대신 몸짓, 고갯짓만의 소극적 표현이나, 초라한 행색 등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거기다 얼굴마저 매우 지쳐 보인다.

딸인 듯 보이는 소녀에게 ‘KL Sentral’로 가는 길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부지런히 그들 뒤를 따라다.

인도가 없어졌으니 급기야 도로 한쪽의 좁은 수로 위로 걸어야만 한다. 두 사람은 나를 의식한 듯 천천히 걷기 시작하더니 차 길을 건널 때마다 나를 기다려서 차를 피해 같이 건너가곤 한다. 옆에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 옆 수로를 걷는 일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니, 내 심장은 긴장감에 잔뜩 쫀다.

이 길이 언제 끝날기는 할까 싶게 굉장히 거리 같다.


드디어 KL Sentral에 도착했다. (알고보니 박물관과 KLSentral역은 지하도로 연결되어 쉽게 갈 수 있었다. 인터넷 지도가 모든 나라, 모든 거리의 정보를 신속하게 업그레이드 리란 기대를 버린 날이다.)

자동차 전용도로 수로 위를 걸어  경험자는 많지 않을 것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아버지가 표정으로 어디로 갈건지를 내게 묻는 듯하다. 나는 밥 먹는 시늉을 하며 FOOD COURT로 간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손짓을 한다.

시간으로 보아 이 부녀의 식사 시간 아닐터라, 나를 끝까지 안내해주려는 호의같다.

사실 KLSentral과 연결된 쇼핑몰은 어제 서 두루 돌아보았다. 이 건물은 얼마나 넓은지 푸드코트 까지는 한참이다. 근데 나는 긴장이 풀려서 의자를 찾아 일단 주저앉고 싶다.

그래도 성의를 못이겨 한참을 따라가다가, 드디어 '이제 알겠으니까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의아해하며 뒤돌아서는 그는 앞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나는 깊게 허리를 숙여 고맙단 인사를 연발하며 그들과 헤어진다.


멀어져 가는 그 두 사람의 옷차림이나 신발 매무새는 이 대형 쇼핑센터 안에서 남루함이 더한층 부각된다.

그들이 오랑아슬리이건 아니면 인도의 타밀족이건 (5.13사건으로 표면화된 말레이시아의 인종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외모와, 생면부지 이방인을 배려하는 그들의 선한 마음과의 큰 간극을 체험한 이 날의 기억은  내게서 깊이 자리 잡아버렸다.


KL Sentral (Kuala Lumpur Sentral Railway Station )

원래 쿠알라룸푸르의 중앙역은 1885년 개업해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역에서 1km 거리에 있는 쿠알라룸푸르 역이 맡. 그러나 역사(驛舍)는 너무 낡고 이동 인구 수요에 비해 좁아서 지금의 KLSentral 새로 지었다. 

구역사는 Kuala Lumpur Station이고, 새로 지은 역은 KLSentral로 표기한다.

그러므로 쿠알라룸푸르의 중앙역은 KL 센트럴 역이고 쿠알라룸푸르역은 전철 전용역 정도이다.

단, 태국 방콕의 후알람퐁 역과 싱가포르를 잇는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여전히 구역사 정차한다.

초호화열차인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서유럽과 터키를 잇는 오리엔트 특급의 동남아시아 버전이다.

두 역사 간 거리는 도보로 1.7km를 이동해야 하니 착오하지 말아야 한다. 구역사는 국립모스크나 이슬람 아트문화센터와 가깝다.


새로 지은 KLSentral 역사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철도역으로 2001년 4월 16일에 개장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영어와 마인어어(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외에 일본어까지 병기되어 있다. 여러 철도 회사마다 개찰구가 따로 있고 매우 혼잡하다.

주요 노선으로 쿠알라룸푸르 시내와 국제공항을 잇는 KLIA 익스프레스, KLIA 트랜짓이 있고, 시내 전철인 LRT(암팡 선, 클라나 자야 선), KTM 코뮤터(통근열차)가 있다. 140m 이동하면 모노레일 출발역이 있다.

역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 다양한 인종이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말레이 철도의 제1간선인 웨스트코스트 선을 따라 달리는 모든 장거리 열차(KTM 인터시티)가 정차하며 싱가포르와 태국으로의 국제열차도 여기서 이용할 수 있다.

태국행은 국경도시 파당 베사르(Padang Besar Station)까지 5시간 반 이동하고 거기서 태국 남부 도시 핫야이( Haadyai Station)까지 약 1시간 5분 직항 기차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태국 남부를 여행하고 나서 북쪽의 방콕 방향으로 여행하면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핫야이에서 방콕의 후알람퐁 역까지는 무려 1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방콕까지 거리가 무려 950k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로 가는 기차는 구간이 3개로 나뉘어 있고 종착역이 싱가포르 북부여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이처럼 다른 나라 행선지가 쓰여있는 것을 보면 늘 신기하다. 내가 육로로 이동 가능한 타국이 단 한나라도 없는 나라의 국민 임을 실감할 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의 버스터미널 혹은 기차역이다.


KLSentral과 연결된 쇼핑몰의 규모는 정말 거대하다. 북적거리는 역의 인파를 빠져나와 쇼핑몰로 걸어가면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다양한 메뉴의 식당도 좋지만 쇼핑몰 식품매장 음식은 눈으로 보고 선택하니까 실패가 적다. 세계인의 중간 입맛 음식들이다 . 치키, 돈까스, 생선가스 등의 튀김류, 라자니아, 스파게티, 샐러드등이 내 주요선택 메뉴다.

식당가에 가보면 유럽이건 동남아건 한국음식점은 왜 일본의 스시집처럼 품격 있는 매장들이 적을까 늘 아쉽다.

잘 꾸며진 고급한 스시집이 세계 곳곳에 자리잡은 것처럼, 브랜드 격을 높일 수 있는 우리 음식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긴장감을 진정시키고 음식을 시켜먹었다. 음식은 만족스럽지 않은데 서늘한 실내에서 쉬니 다시 원기가 채워진다. 나에겐 처음 접하는 모든 상황이 활력소인 모양이다.


도착 첫날 밤에 숙소 인근 차이나타운 페탈링 야시장에 구경 겸 식사하러 갔었다. 사람이 많아 복잡한데다, 음식이 낯설고, 무엇보다 말이 안 통하니 주문이 어려웠다. 들어선 식당 안 중국 손님들이 내게 시선 집중하는 신기했다. 동북아시아인으로 서로 비슷해 보인다 싶었는데 그들은 침침한 불빛 아래서도 용케 식별다.

이래저래 어느 도시에서던 쇼핑몰 음식이 내게는 비교적 실패없이 음식 고르는 장소 중 하나이다.


모노레일로 시내 구경

쇼핑몰을 건너 모노레일 역으로 간다. 이용자들이 많다. 공중 레일 따라 8.6km, 11 정거장을 운행한다.

시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노레일은 지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명한 철도청 건물(Kuala Lumpur Station Malayan Railway Administration Building)을 비롯, 국립 모스크와 이런저런 명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가는 맛이 색다르다.

특히 큰 도로에서 볼 수 없는 작은 골목들, 약간 외곽의 먼 곳까지 살펴볼 수 있으니 '관광의 지평'을 여는 정말 좋은 관광 수단이다.

30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모노레일을 처음 봤고, 라스베거스에서는 보기만 하고 타지 못했는데 소원 하나 풀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들이 창문을 가리고 서 있으니 반대편 풍경을 보지 못했다. 종점에서는 방향을 바꿔 반대편 자리로 옮겨 앉으니 금세 또 출발이다. 되돌아오는 모노레일의 반대편 방향은 또 다른 모습이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 도시 미관의 뒷면, 발전의 그늘에 가린 옛 동네의 허름한 모습이 더 마음을 끈다. 이 도시의 엄연한 이력이기도 하고 도시의 실상을 잘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도시에서건 주택가 골목길을 둘러보는 여행이 젤 좋다. 그래서 자유여행이다. 것도 홀로!

싱가포르의 이층 버스처럼 이 도시를 잘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관광법이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모노레일 관광이라고 생각된다. 중간역에서 갈아탈 수 있는 곳이 많다.

유명한 GOMBAK 지역  Batu 동굴을 가려면 종점인 TITIWANGSA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KL sentral 역에서 KTM KOMUTE 열차로 갈 수도 있고.

모노레일을 내려 GOKL을 탄다. 이 버스를 노선별로 갈아타며 저무는 쿠알라룸푸르 야경을 구경키로 한다.


GOKL로 야경 돌아보기

페트로너스 트윈 건물과 연결 다리


버스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CC 빌딩을 돌아간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아이콘, 트윈 타워는 1992년 공사를 시작해 1999년 8월 개관하였고 2관을 한국의 삼성건설이 지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Petronas Twin Towers)는  소유주인 석유회사 이름이다. 경마장 부지였던 곳을 쿠알라룸푸르 센터로 개발하였는데,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이곳 센터에 있는 18개의 빌딩 중 최고층 빌딩이다.

연면적 6만 5728평에 지하 6층, 지상 88층, 전체 높이 452m로 당시에는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 한국의 삼성건설과 극동건설, 말레이시아 자사 테라사가 Tower 2를 시공하였고, Tower 1은 일본 하자마 건설이 시공하였다. 한국 컨소시엄은 일본에 비해 35일 늦게 착공하였지만 최종 완공은 6일을 앞섰다. 이 덕분에 양쪽 건물의 흔들림이 없도록 지상 175m 높이의 41층과 42층에 걸쳐 두 빌딩 사이를 연결하는 51m 길이의 스카이 브리지 공사도 수주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미국 건축가 세자르 펠리가 디자인한 이 타워는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으며, 이슬람 미술에서 볼 수 있는 모티브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는 전체적으로 강철과 유리로 마무리되었다.

원래 주로 강철을 이용하도록 설계되었지만, 강철의 자체 공급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수입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철근 콘크리트로 대체되어 높은 건축물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었지만, 강철보다 두 배 더 무겁게 만들어진 단점이 있기도 했다.

86층 전망대가 인기라는데 나는 GOKL 버스에서 내리지는 않고 둥글게 광장을 도는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통해 건물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관광을 대신한다.



51m 길이의 스카이 브리지
부킷 빈탕의 마천루
불빛에 물들어가는 시내 풍경
KL타워

많은 관광객들이 나처럼 목을 늘어뜨리고 위를 올려다본다.

거리는 점차 불빛 속에 잠겨 들고 버스 안에 있던 관광객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숙소에 내리는 밤 시간이 되었다.

나도 번화가로 알려진 부킷 빈탕 파빌리온 백화점 앞에 내렸다.

쇼핑과 밤문화의 중심지이자 말레이시아 제1의 중심지로 꼽히는 최대 번화가이다. 대표적으로 파빌리온, 로우얏 플라자, 버르자야 타임스퀘어, 숭아이 왕 플라자, 롯 10, vinci 등이 있다. 아름다운 홍등과 매화 장식으로 꾸며놓은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차있다. 특히 쇼핑몰은 이벤트로 모여든 젊은이들의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감히 접근하기가 망설여진다.

파빌리온 쇼핑몰은 450개 숍이 7층 규모의 몰을 꽉 채우고 있고, 명품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데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많아 쇼핑과 식사 이용객들이 줄을 지어 드나들고 있다. 연초라서 더 그런지는 몰라도 들뜬 분위기 속에 간간히 젊은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니 축제의 현장에 온 느낌이다.

계속해서 모여드는 인파를 피해 좀 이른 귀소 쪽을 택한다.

쿠알라룸루르 마지막 밤을 보낼 장소로 정한 이곳은 애석하게도 홍등 불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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