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매모호 Feb 27. 2020

생에 첫 수영 수업

천리 수영도 발차기부터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간 첫날. 그 날의 어색함을 잊을 수 없다.

매일같이 아홉 시가 넘어서야 억지로 눈을 뜨던 내가 무려 다섯 시에 일어나 수영장이 있는 문화체육센터로 향했다. 강습을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수영장으로 가야 하는데 길을 몰라서 엉뚱하게도 바깥으로 통하는 탈의실 입구로 나가서 다른 길로 수영장에 했다.

샤워실에서 수영장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지만 샤워 커튼이 쳐져 있어서 출구인 줄 모르고 들어오는 길에 복도에서 수영장이 보이길래 그쪽인 줄 알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들어갔다(...)


그렇게 입장한 수영장. 모두가 수영복 차림이지만 딱히 부끄럼이나 민망함은 없었지만 모든 환경이 처음이다 보니 쭈뼛쭈뼛 어색하게 서서는 무엇인가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하기까지는 10분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제각기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어버버 상태가 되어 물에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시계가 정시를 가리켜 일곱 시가 되자 강사님이 들어오시더니 휘슬 소리와 함께 준비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윽고 할 게 생겼다. 준비 운동이 끝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자 처음 오셨냐며 이 쪽으로 오라며 나를 포함한 네 분 정도의 수강생을 데리고 어린이 풀장으로 안내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1.5m 수심, 25m 길이의 6개 레인과 한 켠에는 레인 6개 너비 길이의 50cm 정도 되는 어린이 풀이 있다. 


앉아서 발등으로 물을 밀어 올리는 물장구 비슷한 것부터 시작해서 어린이 풀을 돌며 발차기, 그리고 엎드려서 발차기를 몇 번 하고 물에 익숙해질 때쯤 성인 풀로 이동했다.


가장 처음 한 것은 물에 뜨기. 선 상태에서 앞으로 손을 뻗으면서 바닥을 딛고 있던 발을 대각선 위쪽 방향으로 차 주어 물 표면에 몸이 뜨도록 점프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줄어들어 다리가 가라앉으면 제자리에 섰다가 다시 반복. 유선형 자세를 잡는 게 가장 기본이라 했다. 아직 느낌을 모르니 팔을 들어 만세 자세를 만들고 다리는 벌어지지 않게. 그저 가라앉을 줄만 알았던 내 몸이 이렇게만 해도 떠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위의 방법에 어린이 풀에서 연습했던 발차기를 붙여 보라고 했는데 내 몸이 물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심지어 가라앉지도 않고 말이다.


그 후로는 계속 발차기 연습이 이어졌다. 계속, 계속 발차기 그리고 발차기.

25m 한 번만 발차기로 가도 숨이 헐떡이고 다리에 힘이 없는데 옆 레인을 보면 유유자적 쉬지도 않고 수영을 하고 계신다.

근육이 그에 맞게 적응하고 단련되고 몸이 기억하게 되는 반복 연습의 힘을 안다. 첫날 첫 수업으로 하루의 시작부터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지만 꾸준히 해보리라 다짐하게 된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수영을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