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놀아봤자(2)

애들 보는 게 어려워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어?

by MMQ

어느새 공원에는 헤이즐과 다섯 아이만 남아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쑥스러움과 호기심, 그리고 신나 죽겠다는 마음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낸 채 헤이즐을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음 그러니까.”


헤이즐은 막막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습니다.


“뭐하고 놀고 싶니? 숨바꼭질?”


“와하하하하학! 숨바꼭질이래!”


“우리가 애기들인 줄 아나봐!”


아니, 대체 언제부터 숨바꼭질이 이토록 비웃음을 살 놀이가 된 거죠?


“그럼 너희들이 알아서 정하렴. 뭘 하고 놀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고깃덩이에 달려드는 피라냐처럼 앞 다투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인어놀이 하자. 지금부터 여긴 바다야. 우린 다 같이 발목을 붙이고 바닥에서 배로 헤엄쳐 다녀야 돼. 바다 속을 걸어 다니는 인어는 없으니까.”


“싫어. 나는 경찰놀이 할 거야. 너흰 도둑이고 난 경찰이야. 너희가 도망치면 내가 쫓아가 밧줄로 꽁꽁 묶어버리는 거지!”


“밧줄을 쓰는 경찰이 어디 있냐? 경찰은 수갑을 써야지.”


“아니거든? 밧줄 쓰는 경찰도 있거든?”


“우리 그냥 축구하면 안 돼?”


“그러지 말고 우리 장구방구만만보 놀이 하자. 학교에서 배운 건데 어떻게 하는 거냐면….”


그러나 헤이즐은 끝내 장구 어쩌고 놀이가 어떤 놀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고래고래 악을 써대 무엇 하나 제대로 들리는 게 없었거든요.


“밧줄을 쓰는 경찰은 없어!”


“있어!”


“어디? 어디 있는데?”


“여기 있다 왜!”


“얘들아 우리 그냥 축구하자, 응?”


그 와중에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눈치만 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적어도 세 살은 어려 보였지요. 헤이즐은 낼 수 있는 가장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이안.”


이안이라. 헤이즐은 수첩 속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얘한테 누나가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네가 이안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마야가 네 누나지?”


“네.”


이안은 슬며시 손가락을 들어 한 아이를 가리켰습니다. 아까부터 경찰놀이를 하자며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던 아이었습니다.


“너는? 너는 하고 싶은 놀이 없니?”


그때, 뭔가 예리한 것이 볼을 스치는 기분이 들어 헤이즐은 슬쩍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안의 누나인 마야가 두 사람을 째려보고 있지 뭐에요?


이안은 마야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작게 속삭였습니다.


“나는… 누나가 하는 놀이.”


그제야 마야의 시퍼렇던 기세가 누그러졌습니다. 마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처님 같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지요. 그깟 놀이가 뭐라고 자기 동생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담? 허나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누나의 미소에 화답하는 이안의 뿌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인어놀이 하자니까?”


“울트라 썬더 슛!”


“아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선생님 얘 좀 보래요!”


헤이즐은 직감적으로 ‘선생님’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선 ‘선생님’이 일시정지 주문으로 통하나 봅니다. 그럴 것이 누군가 선생님을 외치는 순간 모든 아이들이 감전이라도 된 듯 움찔하며 동작을 멈췄거든요.


“얘들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선생님 말대로 하면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을 거야.”


헤이즐은 선생님이란 단어에 유독 힘을 주며 말했습니다.


-계속-

#여성서사 #여성주인공 #동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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