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숙적(1)

쟤랑 쟤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by MMQ

‘희대의 라이벌’이라던가, ‘세기의 숙적’ 같은 타이틀이 붙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서로 굉장히 닮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른 조건에서 만났다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됐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어쩌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명한 대결의 주인공들은 피차 진심을 숨긴 채 상대방을 향해 이를 드러내는 척 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마고와 릴리안처럼요.


마고는 타고난 명사수였습니다. 뜀박질하며 쏘든 달리는 말 위에서 쏘든 눈을 가리고 쏘든 그가 쏜 화살을 무조건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었지요. 또 활고자 끝을 제 손처럼 부리거나 시위를 튕겨 병뚜껑을 따는 등 활 다루는 솜씨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편 릴리안은 이름난 장사였습니다. 맨주먹으로 바위를 가르는 건 물론 손날을 턱턱 내리쳐 벽돌을 깎을 수 있을 만큼 손힘이 좋았지요. 제 아무리 힘깨나 쓰는 자라도 릴리안과 겨루고 나면 두 팔을 들고 항복을 선언했답니다.


두 사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추종자들은 매일 아침 마고와 릴리안의 집에 모여 날이 저물도록 술판을 벌이곤 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고의 집에서 술을 홀짝이던 마고의 팬 하나가 말했습니다.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릴리안이 혼자서 날뛰는 멧돼지를 때려잡았다는 이야기 말이야."


"들었고말고. 내려치기 한 방으로 단숨에 멧돼지를 기절시켰다지?"


"축 늘어진 멧돼지를 들쳐 업은 모습이 마치 전설 속의 영웅 같았다고 하더군!"


그때, 누군가 식탁을 꽝 내리치면서 고함쳤습니다.


"흥!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할 줄 아는 것이 힘자랑 밖에 없으니 무식하게 도륙낼 줄 밖에 모르지!"


"맞네 맞아.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걸 누가 못하나?"


"암요, 릴리안 따윈 마고의 화살 앞에선 순식간에 꼬치구이 꼴이 날 걸요? 그렇지요, 마고?"


사람들의 말에 마고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씩 웃어보였습니다. 하지만 마고는 혈혈단신으로 성난 멧돼지를 제압한 릴리안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요. ‘그만하면 어떤 상대에게도 밑지지 않을 거야.’ 마고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고가 릴리안보다 더 뛰어난 싸움꾼이라 말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마당이었기에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릴리안의 집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봐, 그 이야기 들었는가? 마고가 활로 집채만 한 구렁이를 잡았다는 이야기 말일세."


"그럼 들었지. 마고가 스무 걸음 밖에서 쏜 화살이 구렁이의 꼬리를 명중시켰다지?"


"활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가 마치 날카로운 비명 소리 같았다는구먼!"


그러자 어떤 사람이 발을 쾅 구르며 소리치지 않겠어요?


"고작 뱀 한 마리 잡은 것 가지고 호들갑은!"


"그럼 그럼. 활 나부랭이에 의지하는 게 무슨 싸움꾼이냔 말일세!"


"마고는 릴리안의 주먹 앞에선 뼈도 못 추리고 나가떨어질 걸? 그렇지 않나, 릴리안? 하하하!"


릴리안은 사람들과 함께 와하하 웃었습니다. 허나 그건 화살 하나로 구렁이를 쓰러뜨린 마고의 실력에 깜짝 놀라 사래가 들린 걸 감추기 위해서였죠. ‘그만한 실력이면 그 어떤 적도 두렵지 않겠군.’ 릴리안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온통 마고 따윈 릴리안에게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뿐이었는지라 속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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